
문화다多-2025년01월25일 (토요일) -
영화 브로큰 - 하정우, 김남길, 유다인, 정만식 - 20250125
①민속박물관 ‘한류문화사전’ 발간
②경주마서 한국戰 영웅이 된 ‘레클리스’ 이야기
③[신간]당신은 사업가입니까?
④영화 브로큰, 마약중독자 동생의 사망, 전과자 형이 밝혀낸 진실-하정우, 김남길
⑤뮤지컬 '스윙데이즈',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은 왜 비밀요원이 됐을까
⑥'옹기'종기 모여앉아 겨울 간식 나눠먹던 옛 추억을 소환하다 - 공예 완상
⑦설 특집, 유럽 걸작 감상하세요…'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
⑧80년 전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울 모습 - 미군 '서울 항공사진' 국내 첫 공개
⑨아일릿, 美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드' 3개 부문 노미네이트
⑩2025 화천산천어축제 돌풍…누적 관광객 100만명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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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민속박물관 ‘한류문화사전’ 발간
“서울이 내다보이는 야경은 아름답지만, 화장실은 얼어붙을 듯 춥고 집 주변에선 하수구 냄새가 진동했다.”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옥탑방에 묵었던 외국인 관광객이 남긴 에어비앤비 후기다. 또 다른 후기에선 “경사가 짐을 끌고 오르기 힘들 정도다. 맞은편 집에서 당신이 보일지도 모른다”며 당혹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K드라마 주인공이 낭만적인 삶을 살던’ 옥탑방을 기대했거나 화려한 ‘루프톱 하우스’를 예상했다가 낭패를 본 기색이 역력하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 문화가 세계에 확산되면서 낳은 독특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최근 ‘한류문화사전’(이하 사전)을 발간한 이유 중엔 이런 오해를 막자는 의도도 담겼다. 표제어 443개를 선정했는데 한국 문화에 관심 깊은 외국인들이 다수 참여했다. 한국인인 우리는 당연하게 여기지만, 타인의 시선에선 흥미로운 문화는 뭐가 있을까.
사전에서 옥탑방은 ‘날씨에 민감하고 범죄 예방과 화재에 취약한 구조임에도 도시 속 낭만을 누리는 주거지로 묘사된다’고 설명했다. 집필자로 참여한 정헌목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류학전공 교수는 “드라마 등 콘텐츠에 등장하는 옥탑방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서울의 야경을 누리는 듯한 ‘기분’을 제공하지만, 실은 열악한 주거 환경이란 사실을 은폐한다”고 했다.
블랙핑크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부른 노래 ‘아파트(apt.)’로 관심을 모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사전은 ‘한국의 근대화가 낳은 독특한 산물로서 한국인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편찬 자문에 참여한 네덜란드 유튜버 바르트 판 헤뉘흐턴은 “모든 것을 갖추고 있어 떠나지 않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배타적인 공간”이라고 평했다.
‘온수 매트’도 표제어로 등장했다. 외국에선 ‘드라마에서 배우가 바닥에 깔고 눕는데, 굉장히 아늑해 보인다’며 궁금해하기 때문이다. 표제어 선정에 참여한 한 외국인은 “한국 여행을 와서 온수 매트를 켜고 누웠을 때 온몸이 따듯해지는 느낌이 좋았다”며 “아마존에서 팔면 사고 싶다”고 했다. 사전은 ‘역사적으로 온수 매트는 한국의 온돌 난방에서 이동형으로 발전되어 개발된 취침용 매트로, 사실상 이동형 온돌’이라고 부연했다.
사전에 다수 등재된, 한국어에서 특히 발달한 맛에 관한 표현도 외국인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담백하다’는 개운하고 산뜻한 맛을 나타내는 형용사지만, 한국인은 매운탕이나 설렁탕도 지나치게 짜거나 기름지지 않으면 담백하다고 한다.
맛 표현이 사람에 대한 표현으로 확장하면 해석의 난도는 더 올라간다. 표제어 선정에 참여한 40대 외국인은 “싱거운 사람이란 대사가 드라마에 나오는데, 사람이 어떻게 싱거울 수 있냐”며 “한국어는 사람의 성격이나 행동을 묘사하는 표현이 다양한데, 특히 성격을 음식처럼 말하는 게 특이하다”고 했다. ‘시원하다’ ‘말아먹다’ 역시 마찬가지다. ‘밥 한번 먹자’가 “가까운 관계임을 표현하는 형식적인 인사”란 점도 독특하다.
‘식당 앞치마’도 외국인에겐 굉장히 낯설다. K드라마를 보며 밥 먹을 때 왜 앞치마를 하는지 궁금해한다고 한다. 식당 앞치마는 고기를 굽거나 국물을 끓이기에 음식이 옷에 튈 염려가 많은 한국만의 문화다. 사전은 “한국의 독특한 외식 문화를 볼 수 있는 일면”이라고 했다.
이번 사전은 한국민속대백과 편찬 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판이다. 원고지 4600여 장 분량, 사진도 800장에 이른다. 민속학, 사회학 등 분야별 전문가 129명이 참여했다. 영어판 발간 등도 준비되고 있다. 장상훈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사전이 ‘한국 문화 바로 알기’의 길잡이로 국내외에서 널리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했다.[동아일보]
②
경주마서 한국戰 영웅이 된 ‘레클리스’ 이야기
6·25 전쟁의 휴전 협상이 한창이던 1953년 3월, 경기도 연천에서는 미 해병대 1사단과 중공군 사이에 치열한 고지전이 펼쳐졌다. 5일 동안 밤낮없이 진행된 ‘베가스 전초 전투’에서 탄약이 바닥나 병사들이 절망할 때마다 암말 한 마리가 약속이라도 한 듯 어김없이 나타났다. 당시 운반한 포탄은 386발, 무게로는 4000㎏이 넘었다. 등에 파편을 맞고, 왼쪽 눈 위가 찢어지면서도 묵묵히 임무를 수행했다. 마치 ‘전장의 구세주’와도 같았다. 그의 이름은 미 해병대원 ‘레클리스(Reckless)’였다.
레클리스는 경마장 기수로 활약하던 김혁문이 키우던 경주마로 원래 이름은 ‘아침해’였다. 김혁문은 전쟁통에 지뢰를 밟고 다리를 잃은 누나의 의족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당시 미 해병 1사단 5연대 에릭 패트릭 중위에게 아침해를 250달러에 팔았다. 패트릭 중위의 부대는 75㎜ 포탄을 수천 미터까지 날려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무반동총을 운용했다. 가장 필요한 임무는 포탄을 제때 조달하는 것이었다. 패트릭 중위는 군마(軍馬)를 생각했다. 당시 경마장이 있던 서울 신설동을 뒤져 아침해를 찾아냈다. 아침해는 해병대에 입대해 ‘레클리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무반동총의 별명 ‘레클리스 건’(무모한 총)에서 이름을 따 병사들이 지은 이름이었다.
건설회사에 근무하다 1998년 미국으로 건너가 20년간 패션회사를 운영하던 저자는 한국에 돌아와 현재 연천 지질공원 해설사로 일하고 있다. 저자는 미국에서 전쟁 영웅으로 칭송되던 레클리스 이야기를 접하고 한국에도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각종 자료를 뒤져서 찾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faction)이라고 할 수 있다.
레클리스는 해병대에 배치된 후 트레일러에 오르는 내리는 것부터 철조망 통과, 포격 받을 때 자신을 보호하는 법 등 신병 교육을 받은 뒤 다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장비와 탄약, 수류탄, 보급품, 식량 등을 싣고 전선을 누볐다. 통신 케이블을 나를 때는 해병 10명이 달려들어서 해야 할 일도 신속하게 마무리했다. 전우들도 레클리스를 어엿한 해병대의 일원으로 여겼다. 적의 포격이 시작되면 너나없이 자신의 방탄조끼를 벗어 레클리스의 몸부터 감쌌다. 계급도 2년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상병을 거쳐 하사까지 고속승진을 했다.
책은 레클리스의 영웅담뿐만 아니라 말조차도 ‘영웅’으로 대우하는 미국의 문화를 생생히 전한다. 전쟁이 끝나고 레클리스는 미 국방부에서 발행하는 도쿄판 ‘스타스앤드스트라이프스’와 대중지 등에 소개되면서 유명인사가 됐다. 레클리스를 미국으로 옮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달려들었다. 한 해운회사 사장은 “레클리스가 한국전쟁에서 기여한 공로에 감사하다”며 무료 운송에 나섰다. 1954년 11월 10일 캘리포니아에서는 성대한 환영식이 열렸다. 한 참석자는 “일주일 전 리처드 닉슨 부통령이 방문했을 때보다 카메라 기자가 더 많이 왔다”고 했다. 400여명이 모인 연회장에서는 공식 케이크 커팅식이 열렸다. 해병대 전통에 따라 첫 번째 케이크 조각은 가장 명예로운 해병에게 주어진다. 주인공은 레클리스였다. 레클리스의 소속 연대장이었던 앤드류 기어 대령은 해병대 사령관에게 레클리스의 기본적인 관리와 복지, 미디어 노출, 그리고 번식에 관한 내용까지 빼곡히 적은 장문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1968년 레클리스는 울타리를 넘다 크게 다쳐 스무 살의 나이에 안락사됐다. 97년 미국 잡지 라이프는 ‘영웅들의 전당’이라는 제목으로 특집 기사를 게재됐다.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같은 인물과 함께 당당히 레클리스 하사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곳곳에 기념관과 동상이 세워졌다. 현재 한국에 기념물을 세우기 위한 모금 운동도 벌어지고 있다.[국민일보]
③
[신간]당신은 사업가입니까?
"나는 여러분이 비록 실패하더라도 ‘빨리 실패하고 값싸게 실패하기’를, 똑같은 방식을 되풀이하지 않고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기를 바란다. 여러분이 ‘내가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가 아니라 ‘내가 기회를 잡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충분히 고민하면 좋겠다. 큰 그림을 그리며 비즈니스를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그래서 단순한 돈벌이 취미나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할 일을 하고 있는지 역시나 충분히 숙고하기를 바란다. 지난 10년 동안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너무 무섭다.”는 반응을 종종 보였는데 그때마다 나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7쪽)
'당신은 사업가입니까'가 출간 10주년을 맞아 개정판으로 출간됐다. 이 책의 독보적인 주제 의식은 한결 빛을 발한다. 절실히 다른 길을 모색하고픈 이들에게, 판타지 같은 성공 신화가 아닌 냉정한 자본주의 시장을 마주하게 해 인생의 실패를 최대한으로 줄여줄 ‘예방주사’와도 같은 책이다.
저자 캘럴로스는 비즈니스 전략가이자 거래 협상가다. 미국 경제뉴스 전문 방송인 CNBC의 간판스타로 비즈니스와 경제, 사회 문제에 대해서 촌철살인의 해설과 냉철한 조언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당신은 론칭 계획 중인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 또는 검토 중인 사업체 인수의 잠재적 수익률이 얼마나 될지 평가해야 한다. 모든 것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슈퍼 암호 해독기’ 같은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될 때도 있겠지만, 사업이라는 모험이 성공하려면 사업에 관한 재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재무적인 관점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일은 예술이자 과학이다. 당신은 그 일에 겁을 먹을지 모르지만, 반드시 해야 한다. 어쩌면 사업을 재무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일을 건너뛰고도 싶겠지만, 그 일은 사업에 뛰어듦과 동시에 떠맡을 수밖에 없는, 당신의 가장 중요한 업무이자 역할이다. 만약 그 일을 떠맡고 싶지 않다면 절대로 지금 다니는 직장을 떠나지 마라."(244~245쪽)
10년 전보다 한층 더 엄혹해진 현재의 시장 상황 앞에서, 미래의 생계를 걱정하고 있을 수많은 이들에게 지금도 고스란히 적용 가능한 현실적이고 진솔하면서 ‘뼈 때리는’ 가르침을 전한다.
"지금도 여전히 새로운 사업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면, 당신은 검증 절차의 마지막 단계로 자신이 처한 상황, 기회, 전체적인 리스크와 보상을 최종 평가해야 한다. (1) 사업의 동기: 사업가의 현실이 당신이 추구하는 보상을 가져다줄 것인가? (2) 사업의 타이밍: 당신은 사업가가 될 최상의 포지션에 있는가? 아니면 좀 더 기다리면서 보상을 늘리고 리스크를 줄일 것인가? (3) 성격적 특성: 사업가의 길이 당신의 강점과 잘 맞는가? ㆍ (4) 사업의 기회: 사업 모델에 따르는 보상이 충분한가? 이런 질문을 기초로 당신의 사업가 방정식에 나타나는 정량적, 정성적 리스크 및 보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최종적으로 사업가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기 바란다."(383~384쪽)[뉴시스]
④
영화 브로큰, 마약중독자 동생의 사망, 전과자 형이 밝혀낸 진실-하정우, 김남길
마약중독 환자를 가족으로 둔 이들의 삶은 어떨까. 그런 남편을 두고 아내의 삶은 자꾸만 쪼그라들었다. 그런 동생을 둔 형 또한 좀처럼 마음 잡기가 쉽지 않다. 오는 2월 5일 개봉하는 영화 <브로큰>은 누군가에겐 지긋지긋할 수 있는 생의 무게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누아르풍 장르물이었다.
23일 서울 용산 CGV에서 언론에 선 공개된 <브로큰>은 우선 배우 하정우, 김남길, 정만식 등 대형 대중영화 곳곳에서 역할을 해온 익숙한 이들이 눈에 띈다. 폭력 조직에 투신했다가 복역 후 마음을 잡고 건설 노동자로 살아가는 태식(하정우)이 돌연 동생의 죽음을 접하고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 주된 이야기다.
설정 때문인지 태식은 거칠다. 하지만 말수는 많지 않다. 그의 등장만으로 옛 조직 동료들은 두려움에 떨거나 인상부터 찌푸린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마약중독자이자 자신의 아내를 폭행해 온 태식의 동생 석태(박종환)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기 위해 줄곧 내달리지만, 돌아오는 건 폭력배들의 집단 폭행뿐이다.
이 한 남성 캐릭터가 날뛰고 있다면, 한편에서 이야기를 지탱하는 건 석태의 아내 문영(유다인)이다. 홀로 딸을 보살피며 참고 살았지만 남편의 죽음을 방관했고, 자유로운 삶을 결국 선택했다. 태식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문영의 존재가 영화에선 긴장감 있게 묘사된다.
시종일관 무겁지만 숨구멍 같은 유머 코드도 있다. 거친 액션과 주변 캐릭터들의 개성이 고르게 반영되어 영화적 균형감이 있는 편이다. 관객들에게 익숙한 배우들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이 작품을 택한 것도 아마 그런 미덕 때문일 것이다.
"거친 남자들 사이 외로운 여자의 이야기"
다만 감독이 스스로 밝혔듯 "거친 남자들 사이에 홀로 외로이 살고 있는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 영화의 아이디어가 촉발됐기에 문영의 서사나 문영이란 캐릭터의 역할이 제한됐다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다.
문영의 쉼터와도 같던 문학 강연, 그리고 문영이 좋아했던 소설을 쓴 작가(김남길)의 글대로 살인 사건이 벌어진다는 흥미로운 설정을 넣었지만, 사건 전개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하기엔 어렵다.
사건 전개와 이야기의 개연성이 헐겁지만 캐릭터 설정은 탄탄한 편이다. 마치 실제 그런 폭력조직과 조직원들이 존재하는 듯 개성이 서로 다른 캐릭터들이 영화 곳곳에서 빛을 낸다. 묵직한 누아르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일 것이다. 배우 하정우의 상징과도 같은 먹부림 장면도 군데군데 들어가 있다.
⑤
뮤지컬 '스윙데이즈', '유한양행 창업자' 유일한은 왜 비밀요원이 됐을까
“왜 이렇게 목숨을 걸어? 일단 살아야지. 당신 같은 사람 한 두 명 뛰어든다고 뭐가 바뀌는데?”
창작 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스윙데이즈)의 주인공 유일형이 극 초반부 열혈 독립운동가 베로니카에게 던지는 대사다.
‘스윙데이즈’는 유한양행 창업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가 일제 치하의 1945년, 대한민국의 자주독립을 위해 OSS(미국 CIA 전신)가 비밀리에 실행한 냅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야기를 뮤지컬화한 작품. 유일한 박사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인 유일형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유일형은 미국에서 지내며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는 성공한 조선인 사업가다. 극적 몰입감을 높이기 위해 창작한 베로니카는 유일형이 강한 애국심과 이타심을 지닌 인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핵심 키(key) 역할을 하는 캐릭터다.
베로니카는 ‘안전한 곳에서 돈으로 죄책감을 벗어나고자 한다’며 유일형을 꼬집은 뒤 일본군 총격에 의해 살해된다. 이후 그의 혼령이 유일형을 따라다니는 장면들이 연이어 펼쳐지면서 극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베로니카에게 “왜 이렇게 목숨을 거냐”고 말하던 유일형은 조선으로 돌아와 사업을 이어나가며 남몰래 첩보 활동을 하게 되고, 끝내는 냅코 프로젝트 비밀요원 ‘암호명 A’로 거듭나는 선택을 한다. 성장을 이뤄낸 유일형이 “나 같은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나면 독립을 앞당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장면은 관객에게 진한 울림을 자아낸다.
냅코 프로젝트는 일본의 기밀을 수집하고 거점을 확보하고자 애국심 강한 한국인 요원들을 투입했던 작전이다. 일본이 항복을 선언하면서 물거품이 된 이 프로젝트는 유일한 박사가 하늘로 떠난 지 20년이 흐른 뒤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이를 소재로 삼은 ‘스윙데이즈’는 약 3년의 준비기간 동안 100억 원이 넘는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이자 국내 최초 천만 관객 돌파 영화 ‘실미도’의 김희재 작가의 뮤지컬 도전작으로 기대를 모았다.
김희재 작가는 공연 개막 전 이데일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사랑과 헌신이 버겁게 느껴지는 무한경쟁 시대에 사랑과 헌신은 잘못된 게 아니기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시지를 고리타분하지 않게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초연작이라 밀도가 떨어지는 지점들이 있으나 풍성한 볼거리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관객의 이목을 마지막까지 붙잡는 힘을 지닌 작품이다. 유일형을 승부사 기질이 넘치는 ‘쿨하고 섹시한’ 사업가이자 독립운동가의 모습으로 그려 기존 유사 소재 작품 속 주인공들과의 차별화를 꾀한 점이 돋보인다.
경쾌한 스윙 재즈 기반 넘버와 유일형의 오랜 친구이자 든든한 사업파트너인 황만용 캐릭터를 활용한 유머 코드 등을 통해 극의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끌고 간다는 점도 특징이다. 유일형과 그의 현명한 아내인 중국계 미국인 의사 호메리가 펼치는 로맨스도 꽤 비중 있게 다루면서 낭만적인 분위기의 장면들도 적절하게 보여준다.
조선총독부 형사과장인 야스오는 유일형과 황만용의 소꿉친구라는 설정인데, 이를 바탕으로 극에 감동 포인트를 첨가하고 갈등 구조를 한결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야스오가 유일형에게 건네받은 마약성 진통제가 카미카제 작전에 악용되는 장면은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작·편곡가 제이슨 하울랜드, 연출가 김태형, 음악감독 김문정, 안무가 이현정 등이 힘을 보탠 끝에 완성된 ‘스윙데이즈’는 지난해 11월 19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해 어느덧 공연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초연작임에도 주요 예매사이트 인터파크 티켓 기준으로 관객 평점 9.7점(883명 참여)을 기록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공연은 오는 2월 9일까지, 러닝타임은 인터미션 20분 포함 165분이다. 유준상, 신성록, 민우혁이 유일형 역을 번갈아 소화하고 있다. 야스오 역에는 고훈정, 이창용, 김건우를, 황만용 역에는 정상훈, 하도권, 김승용을 캐스팅했다. 베로니카 역은 김려원, 전나영, 이아름솔이 연기하고, 호메리 역은 최현주와 이지숙이 소화한다. 장현성과 성기윤은 조선총독부 총독 곤도 역으로 출연 중이다.[이데일리]
⑥
'옹기'종기 모여앉아 겨울 간식 나눠먹던 옛 추억을 소환하다 - 공예 완상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겨울을 거치며 자연의 채근과 격려 그리고 자연의 순환 주기, 법칙에 따라 살기를 종용받는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따뜻한 시기에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겨울 생존 위기에 처한다는 우화 ‘개미와 베짱이’의 교훈처럼 몸과 마음 그리고 생활에 필요한 여러 준비를 하지 않으면 혹독한 겨울을 나기 쉽지 않다. 우리 공예품에는 삼한사온 주기로 겨울을 미리 준비하고 현명하게 살아온 한국민의 겨울나기 지혜가 절기마다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시작되는 입동(立冬). 팥죽을 쑤어 붉은 팥의 기운으로 몸을 따뜻이 하는 날이다. 건강을 지키려는 한국인의 지혜로운 겨울 채비가 붉은 동지팥죽 한 그릇으로부터 시작한다. 불가에서는 붉은 팥은 광명을 상징하며, 반야 지혜를 의미하기도 한다. 양의 기운을 상징하는 팥죽을 그릇에 담아 장독대, 부엌, 헛간, 우물, 대문 옆 등에 놓은 다음 남은 팥죽을 들고 집 안을 돌아다니며 숟가락이나 솔가지로 떠 담벼락과 문짝에 뿌리는 관습이 근거 없는 일이 아니다.
땅 깊숙이 파묻어 두었던 옹기 독 속 맑은 동치미 국물
소한(小寒)과 대한(大寒) 겨울부터는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채소를 먹기 어렵다. 요즘에는 비닐하우스와 과학적 재배로 사시사철 샐러드와 나물, 과일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예전 우리는 김치나 찬 바람에 걸어 둔 시래기 무청과 황태, 가을부터 겨우내 말린 곶감, 밭에서 거둔 감자와 고구마 등을 준비하지 않으면 겨울에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하기 쉽지 않았다. 땅 깊숙이 파묻어 둔 옹기 독을 열어 살얼음 낀 동치미를 꺼내 무를 숭덩숭덩 썰고 톡 쏘는 사이다 같은 맑은 동치미 국물에 국수도 삶아 만다. 뜨끈한 군고구마, 구운 가래떡과 같이 먹으면 겨울 진미가 따로 없다. 입 안이 얼얼하게 차갑고 미간이 찡긋해져도 겨울이 아니면 느끼지 못할 강력한 시원한 맛이요, 감성이다.
입동(立冬) 이후 김장하는 날, 아무리 바빠도 돼지고기를 삶아 만든 수육이나 보쌈을 즐겨 먹는 것도 알고 보면 한국민이 터득한 겨울나기 지혜다. 김장 김치와 함께 보쌈을 먹는 것은 발효된 김치의 유산균과 돼지고기의 단백질을 함께 섭취하는 방법이다. 돼지고기는 한방으로 따뜻한 기운이 있어 몸을 따뜻하게 해주니 맛과 건강을 한 번에 얻는 일거양득이다. 선인들로부터 내려온 절기별 식문화를 살펴보면 그중에 지혜롭지 않고 근거 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
이 모든 것과 어울릴 우리 겨울나기 공예품을 하나만 꼽아보라면 옹기(甕器)가 제격이다. 숨을 쉬는 ‘옹기’의 효능이야 익히 알려진 바다. 우리나라 식문화에서 빠지면 안 될 3대 필수장인 된장, 간장, 고추장의 제조와 보관뿐 아니라 김치로 대변되는 한국 식문화는 과연 옹기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아무리 김치냉장고 성능이 뛰어나고 편리하다고 해도 대기업이 지속해서 옹기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플라스틱을 대신할 보관 용기를 옹기로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신기술로도 대체 불가한 옹기 특유의 맛과 정서의 힘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백자는 깨끗해도 왠지 재미가 없는 반면 옹기는 …
시중 가장 인기 있는 식기는 백자(白磁)다. 백자는 발색과 강도가 우수해 사용성이 좋고 상차림을 환하게 해준다. 형형색색 식재료와 붉은 양념이 많은 한식의 배경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백색은 깨끗해도 왠지 재미가 없다. 옛 어머니들은 옹기를 독뿐 아니라 일상의 다양한 기물, 식기로 사용했다. 요즘은 옹기를 현대화해 새로운 생활에 맞게 예술화하려는 작가의 시도가 많다. 지역별 기후와 식문화, 그 땅-흙의 성질에 맞게 연구를 거듭하고 디자인 감각을 더해 새로운 옹기를 만들고 있다.
옹기의 유약은 가마 속에서 태운 재(灰)를 채취해다가 여러 날 물에 넣고 밑바닥에 가라앉은 것을 체에 걸러 사용한다. 생산성을 높이고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반짝거리게 만든 광명단 옹기는 옛말이다. 요즘은 건강에 좋은 재료와 제작법으로 옹기를 만든다. 천연 유약을 고온의 불로 구워 예전보다 단단함도, 색채도 좋아졌다. 요즘 도예가들은 불을 때는 과정에서 벗겨지지 않는 그을음(탄화·炭化)을 입혀 전통 옹기와 비교해 색이 좀 더 어둡고 다소 금속과도 같은 표면을 도출한다. 작가들이 뜻을 모아 명맥이 끊어진 제주 지역 옹기를 복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이 모두 장독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 시대의 새로운 예술, 쓰임으로 옹기를 제작하려는 의미 있는 창작이다.
같은 음식이라도 담아내는 그릇에 따라 맛과 향 달라
옹기의 좋은 점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대부분 아파트 생활이라 집 안에 옹기 독을 놓고 살기가 어렵다. 그러나 장독 말고도 식탁 위에서 부릴 옹기의 장기는 무궁무진하다. 전을 노릇노릇 큼지막하게 부쳐 내놓을 때 질그릇 특유의 갈색빛만큼 노란 전을 한층 맛깔나게 돋우는 것이 드물다. 명창의 노래에 추임새 잘 넣는 고수 같다. 동치미에 말아낸 냉국수, 떡국, 만둣국 등 백색 음식에도 옹기가 뒷배 역할을 제대로 한다. 어두운 배경이 화려한 고명과 함께 뽀얗게 우러난 국물의 색과 질감을 안아주고 맛깔스럽게 한다. 덤벙덤벙 썬 수육에 김치를 곁들인 고기 한 상에도 질그릇 특유의 두툼하고 투박한 미감이 잘 어울린다. 모름지기 같은 음식이라도 담아내는 그릇에 따라 맛과 향은 물론 건강 효과까지 달라지는 법이다. 장류나 김치와 같이 발효해 만든 식품이 아니더라도 대체로 옹기는 한식과 궁합이 좋다.
음식뿐 아니라 그릇에도 어울리는 제철이 있다. 나는 유독 겨울에 옹기그릇에 음식을 담을 때 그에 어울리는 추억과 정서를 함께 식탁에 내어놓는 기분이다. 시골 출신이 아니라도 겨울 많은 눈이 내리는 날 옹기그릇을 보면 어느 집 장독대 위에 눈이 소복하게 쌓인 풍경이 떠오른다. 생각만 해도 포근하고 친근하다.
어릴 적 나의 어머니는 눈이 와서 바깥에 나가지 못하는 날, 그해 수확한 감이며 고구마, 밤, 옥수수 등을 항아리에 보관해 두었다가 겨울 간식으로 내주셨다. 한겨울에 맛보기 힘든 지난 계절의 수확물을 형제와 경쟁하며 허겁지겁 맛있게 먹느라 미처 깨닫지 못한 어머니의 살뜰함과 수고로움, 마음을 뒤늦게 가늠한다. 그립다. 그 옛날 독 안에 쟁여둔 먹거리와 살림 채비가 동날 즈음, 겨울을 보내고 봄을 기다리는 어른들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지금 내게 옹기 장독대는 없다. 그 대신 한겨울 각자의 겨울나기에 분투할 식구들을 위해 테이블 위에 옹기 채반을 꺼내고 감과 귤을 넉넉하게 담아둔다. 용처와 사물의 모양이 달라도 그 안에 담는 인간의 마음이 다르지 않다.[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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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 유럽 걸작 감상하세요…'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
지금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시는 단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입니다.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오는 3월 3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개막 이후 40여 일 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윤여정 배우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을 비롯해 수많은 명사가 전시장에 찾아와 호평을 남겼습니다. 1900년대 중부 유럽의 중심,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을 수놓은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등 거장들의 걸작이 나와 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탁월한 예술을 낳은 1900년대 비엔나는 결코 평온하고 희망찬 곳이 아니었습니다. ‘저무는 해’이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다른 강자에 밀려 그 영향력이 날로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열한 개에 달하는 민족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이 빚어졌고, 같은 도시 안에서도 빈부 격차가 극심했습니다. 사회 전반에 ‘좋았던 날들이 곧 다 끝날 것’이라는 불안이 만연했던 이유입니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빈 분리파 주요 화가들이 젊은 시절 마주한 상황도 녹록지 않았습니다. 창립 멤버인 클림트와 콜로만 모저, 요제프 호프만은 모두 넉넉지 않은 집안 출신이었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이들은 각각 자신만의 예술을 꽃피웠습니다. 하지만 빈 미술계는 젊은 작가들의 혁신적인 작품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빈에서는 모든 일이 50년 늦게 벌어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당시 빈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도시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분리파라는 깃발 아래 한데 뭉쳤습니다. 가장 앞에 선 사람이 대중적인 인기를 등에 업은 클림트였습니다. 그는 세상 어디에도 없던 파격적이고 자유로운 예술을 펼쳤고, 후배 화가를 적극적으로 키웠습니다. “모든 사람은 예술을 즐길 권리가 있다”고 외친 모저와 호프만은 디자인, 건축 등 일상의 영역으로 예술을 확장했습니다. 함께했기에 이들은 전에 없던 새로운 길로 용감하게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었습니다.
오스카어 코코슈카, 리하르트 게르스틀, 막스 오펜하이머와 같은 후배 세대가 자라날 수 있었던 것도 이들 선배 화가가 땅을 일군 덕분이었습니다. 실레는 그중 가장 빛나는 열매입니다. 어릴 적 아버지를 잃은 뒤 누구에게도 진정으로 이해받지 못하던 그는 클림트에게 인정받은 것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고 자기만의 길을 갈 수 있었습니다. 청춘의 소용돌이치는 내면을 그대로 담아낸 실레는 오늘날까지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이번 전시의 부제는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입니다. 주요 작가 중 클림트는 선배 세대, 실레는 후배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이 두 사람을 잇는 분리파의 여정을 감상하며 우리는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앞세대가 뒷세대에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를, 뒷세대가 그 가르침을 이어받아 얼마나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체감하게 됩니다.
다사다난한 이 시기, 모처럼 긴 연휴가 찾아왔습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느끼는 불안에는 1900년 빈을 산 이들의 마음과 비슷한 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설 연휴에는 분리파 화가들이 그랬듯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를 이해하고 배우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가족이 함께 나누는 소중한 대화와 교감을 통해 한 해를 이어갈 용기와 영감을 얻는 행복한 연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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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울 모습 - 미군 '서울 항공사진' 국내 첫 공개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최병구)은 ‘학술총서20 1945·1946년 서울 항공사진’을 발간했다고 23일 밝혔다.
서울역사박물관은 2010년부터 국내외 흩어져 있는 서울학 자료를 발굴, 조사해 학술총서로 발간해 오고 있다. 학술총서 발간 사업은 해외에서 잊히거나 접근이 어려워 알려지지 않은 서울학 자료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시민들에게 공유해 왔다.
이번 학술총서는 2020년부터 진행된 미국 소재 서울학 자료 조사의 네 번째 결과물로,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지도 분과의 1940-50년대 서울 항공사진을 조사했다.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에 소장된 문자 자료들은 그간 국내 여러 연구기관이 조사했지만, 서울 항공사진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번 조사를 통해 해방 전후 미군에 의해 생산된 항공사진의 촬영 맥락을 파악하고, 접근이 어려웠던 원본 필름을 스캔한 자료들을 조사하여 새롭게 소개했다.
현재 국내에서 공개되고 있는 서울 전역 항공사진은 1970년대 이후 사진이 대부분이다.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고 있는 가장 이른 시기는 1947년도이며, 서울 전역이 아닌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이번 조사로 공개되는 자료는 서울 항공사진의 시계열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가 뛰어나다.
이번 조사는 서울학 관련 민간 연구기관인 용산학연구센터(소장 김천수)와 협업을 통해 효율적이고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될 수 있었다. 그 결과, 조사한 자료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촬영된 1945년 1월 18일자 항공사진, 고해상도로 포착된 1946년 10월 16일과 11월 14일자 항공사진을 선보인다.
제1장에서는 1945년 1월 18일에 서울 및 인근 지역을 촬영한 항공사진 총 10점을 소개한다. 미 육군항공대(AAF) 소속 제468폭격전대가 2만6000피트(약 7925m)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서울 상공을 지나 서쪽의 인천 방향으로 비행하며 해방 직전 서울의 모습을 온전히 담았다.
제2장에서는 1946년 10월 16일에 촬영한 서울 항공사진 총 34점을 소개한다. 314혼성비행단 9사진정찰대대가 1만5500피트(약 4724m) 상공에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인천에서부터 동쪽으로 비행하며 한강 주위를 촬영하였고, 지금의 남양주 부근에서 선회하여 서쪽으로 비행하며 한강 이북을 촬영하였다. 1945년 1월 18일자 항공사진보다 촬영 고도가 낮아 비교적 자세한 서울의 전경을 살펴볼 수 있다.
서울역사박물관장은 “일제강점기 말에서 해방 직후에 이르는 시기 옛 서울의 모습을 기록한 서울 항공사진이 1940년대 서울학 자료의 공백을 보완하고 다양한 연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학술총서20 1945·1946년 서울 항공사진’은 서울역사박물관 뮤지엄숍과 서울책방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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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릿, 美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드' 3개 부문 노미네이트
그룹 아일릿(ILLIT)이 미국 ‘2025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드(iHeartRadio Music Awards 2025)’의 3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오르며 막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22일(현지 시간)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드’가 발표한 수상 후보 명단에 따르면 아일릿은 ‘올해의 K-팝 송’(K-pop Song of the Year), ‘K-팝 최고의 신인’(Best New Artist (K-pop)), ‘페이보릿 K-팝 댄스 챌린지’(Favorite K-pop Dance Challenge) 부문에 각각 노미네이트됐다.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드’는 미국 온라인 라디오 방송사 아이하트라디오가 지난 2014년부터 주최하는 음악 시상식이다. 한 해 동안 아이하트라디오 방송국과 어플리케이션에서 가장 많이 재생된 아티스트와 노래 등을 선정한다. 올해 시상식은 오는 3월 1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의 K-팝 송’ 후보에 오른 아일릿의 ‘Magnetic’은 지난해 3월에 발매된 미니 1집 ‘SUPER REAL ME’의 타이틀곡이다. 쟁쟁한 후보들 가운데 지난해 데뷔한 신인 그룹의 곡은 아일릿의 ‘Magnetic’뿐이다.
아일릿은 데뷔와 동시에 ‘Magnetic’ 인기 돌풍을 일으키며 글로벌 차트를 강타했다. 이 곡은 미국 빌보드 메인 송차트인 ‘핫 100’(지난해 4월 20일 자)과 영국 ‘오피셜 싱글 톱 100’(4월 5일 자)에 진입, K-팝 데뷔곡 최초·최단기 입성 신기록을 세웠다. ‘Magnetic’은 장기 흥행에 힘입어 해외 유수 매체와 각종 글로벌 플랫폼 연말 결산을 휩쓸기도 했다.
아일릿은 ‘숏폼 강자’로도 유명하다. 키치하면서도 중독성 강한 ‘Magnetic’ 포인트 안무가 각종 숏폼 플랫폼에서 입소문을 타며 챌린지 열풍이 불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Magnetic’은 틱톡 연간 ‘톱 송’ 한국 지역 4위, 일본 지역 3위에 올랐다. 올해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드’에 신설된 '페이보릿 K-팝 댄스 챌린지' 부문은 팬들의 투표로 진행되는 만큼 지난 한 해 숏폼 트렌드를 이끈 아일릿의 선전이 기대된다.
아일릿은 지난해 ‘MTV EMA(MTV Europe Music Awards)’와 ‘2024 빌보드 뮤직 어워드(BBMAs)’에 이어 올해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어워드’ 등 해외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에서 잇따라 수상 후보에 오르며 글로벌 신인으로서 영향력을 입증했다. 아일릿은 뛰어난 활약을 바탕으로 ‘2024 MAMA AWARDS’, ‘MMA2024’, ‘39회 골든디스크어워즈’, ‘제 66회 일본 레코드 대상’ 등 국내외 주요 시상식에서 신인상 4관왕을 달성했다.[스포츠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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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화천산천어축제 돌풍…누적 관광객 100만명 돌파
'2025 화천산천어축제'가 개막한 지 14일 만에 누적 관광객 100만명을 넘어섰다.
화천군과 재단법인 나라는 산천어축제가 개막한 11일부터 23일까지 98만2천155명이 찾은 데 이어 이날 오후 현재 약 4만명 이상이 축제장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누적 방문객 규모는 102만명을 넘어섰으며 정확한 집계는 이날 축제장 마감이 되면 나올 예정이다.
올해 100만명 돌파는 지난해보다 하루 빠른 것이다.
지난 2003년 시작된 화천산천어축제는 2006년부터 매년 관광객 100만 명 이상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이상고온과 겨울 폭우로 인해 정상 운영되지 못한 2020년, 코로나19로 축제가 열리지 못했던 2021∼2022년을 제외하면 올해까지 16년간 '밀리언 페스티벌'의 명성을 이어가게 됐다.
"변해야 살아남는다" 역발상의 역발상
화천산천어축제의 흥행 요인 중 하나는 틀을 깨는 역발상과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다.
2003년 축제가 열리던 첫해에 '혹한의 땅' 화천에서 겨울축제가 성공할 것이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지만, 글로벌 겨울축제로 발돋움했다.
주목받는 것은 2016년 국내 겨울축제 중 처음으로 밤낚시를 도입했다.
밤낚시에 대해 성공 여부가 회의적이었지만, 화천군은 숙박 시 입장권을 무료로 제공하는 '역발상'으로 성공시켰다.
눈이 없는 동남아시아 등 해외 관광객들을 눈과 얼음의 축제로 끌어오겠다는 전략도 성공해 화천산천어축제는 외국 여행객의 겨울관광 코스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로 국내는 물론 외신들의 관심도 끌어냈다.
실제로 미국의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1월 화천산천어축제를 '올겨울 아시아에서 꼭 봐야 할 축제 5곳' 중 한 곳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글로벌 겨울문화 이벤트로 승부수 '적중'
화천산천어축제는 메인 프로그램인 얼음낚시뿐 아니라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로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산천어 낚시를 마친 관광객들이 귀가하지 않도록 눈썰매와 얼음썰매, 버블슈트 체험, 조경철 천문대 부스, 과학교실, 몸 녹임 쉼터, 호국이 체험관, 겨울문화촌 등을 마련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들이 직접 참여하는 에티오피아 홍보관에서는 관광객들에게 평화의 의미를 일깨우고, '커피의 고향'에서 공수한 원두의 향과 맛을 선사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글로벌 축제답게 방문객들에게 세계의 유명 겨울문화를 소개한 전략이 적중했다.
하얼빈 빙등기술자들을 초청해 조성한 실내얼음조각광장은 하얼빈 빙등제의 축소판으로 불리며, 얼곰이성 눈조각에서는 일본 삿포로 눈축제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선등거리 페스티벌은 캐나다 퀘벡 윈터 카니발의 흥겨운 거리공연을 연상케 한다.
축제장에 마련된 산타 우체국은 핀란드 로바니에미시의 산타 우체국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광객·주민 상생축제…안전 최우선 지향
화천산천어축제는 국내 대표적인 '상생축제'다.
관광객들은 입장료의 일부를 상품권으로 돌려받아 질 좋은 농산물을 저렴하게 구입하거나 지역에서 현금처럼 사용해 경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지역 농업인들은 농산물 판매로 소득을 올리고, 소상공인 역시 상품권 유통에 따른 매출 증가 효과를 누린다.
올해 축제 개막 이후 지난 24일까지 농특산물 판매장 매출은 4억6천500만원에 이른다.
축제장 공식 먹거리 장터와 기념품점에서는 사전 협의로 공시된 가격이 적용돼 바가지요금 논란을 차단했다.
이러한 화천산천어축제의 상생 노력은 관광객 설문조사를 통해 축제 재방문율이 60% 이상이라는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다.
특히 화천산천어축제는 안전축제를 지향해 관광객들의 신뢰가 높다는 점도 성공축제의 밑거름이다.
화천군은 20여년 간 축적된 결빙 노하우를 총동원해 수량과 유속을 조정한다.
올해도 개막일까지 두께 30㎝ 이상의 얼음판을 만들어 냈으며, 축제기간 매일 재난구조대를 물속에 투입해 얼음의 두께와 강도를 점검하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안전과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최고의 축제를 선물하겠다는 공무원과 축제 종사자, 주민들의 열정과 함께 관광객 애정과 관심이 더해져 글로벌 축제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