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전하는 한마디, 서툰 진심이 연결이 된다 (출처: AI생성이미지)]
|
제14회: 썸도 통역이 되나요? 서툰 진심을 AI가 잇다
[이인규박사 브이로그: 모태솔로 공대생, '안읽씹' 지옥에서 탈출하다]
금요일 저녁 8시, 판교의 한 오피스텔. IT 개발자 강민석(29) 씨가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소개팅녀 '지은 씨'에게 카톡을 보낸 지 3시간째. 숫자 '1'은 없어졌는데 답장이 없다.
"아… 또 망했나." 민석 씨가 머리를 쥐어뜯는다. 그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는 이랬다. "네, 지은 씨도 식사 맛있게 하세요. 주말 잘 보내시고요." 너무 딱딱했나? 아니면 이모티콘이라도 넣었어야 했나? 민석 씨는 코딩에는 천재지만, 연애에는 오류 투성이인 '버그' 그 자체다. 대화가 뚝뚝 끊기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날씨 얘기만 하다가 흐지부지 끝난 썸만 벌써 세 번째다.
대화의 맥락, AI가 읽어주다
민석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ChatGPT를 켰다. 그리고 지은 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익명 처리해서 입력했다. (물론 개인정보는 뺐다.)
"내가 썸녀랑 대화 중인데, 답장이 안 와. 내 말투가 문제니? 분석 좀 해줘."
3초 뒤, AI 팩트 폭격기가 가동됐다. "민석 님, 대화 패턴을 분석해보니 질문이 거의 없습니다. 상대방은 대화를 이어가려고 노력하는데, 민석 님은 '네', '아니요', '그렇군요'로 대화를 끝내고 있어요. 이건 '당신에게 관심이 없습니다'라는 신호로 오해받기 딱 좋습니다."
민석 씨는 멍해졌다. "나는… 방해될까 봐 짧게 보낸 건데…"
AI는 구체적인 솔루션을 제시했다. "지금은 금요일 저녁입니다. 단순히 '잘 보내세요'라고 맺음하지 말고, 대화의 물꼬를 트세요. 추천 메시지: '지은 씨, 이번 주말 날씨 좋다던데 혹시 계획 있으세요? 저는 맛집 찾아보고 있는데 혹시 파스타 좋아하세요?'"
코칭을 받고 다시 던진 질문
민석 씨는 AI가 써준 문장을 조금 다듬어 보냈다. 손이 떨렸다. 10분 뒤, 징- 하고 진동이 울렸다. "어? 저 아직 계획 없어요! 파스타 좋아해요 ㅎㅎ 판교 쪽에 맛있는 데 있나요?"
답장이 왔다! 그것도 물음표와 함께! 민석 씨는 흥분해서 다시 AI에게 물었다. "답장 왔어! 이제 뭐라고 해? 바로 만나자고 해?"
AI가 진정시켰다. "아직은 급합니다. 먼저 공감대를 형성하세요. 최근 판교에 생긴 핫한 파스타집 리스트를 3개 정도 추려서 보내고, 상대방의 취향을 물어보세요."
민석 씨는 AI의 조언대로 '검색왕' 실력을 발휘해 분위기 좋은 식당 리스트를 보냈다. 대화는 핑퐁처럼 이어졌다. 음식 취향, 최근 본 영화, 좋아하는 여행지. AI는 중간중간 팁을 줬다. "지금은 맞장구를 쳐줄 타이밍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가벼운 유머를 섞으세요."
연애는 기술이 아니라 관심이다
일주일 뒤, 민석 씨는 지은 씨와 첫 번째 애프터 만남을 가졌다. 카페에 마주 앉은 민석 씨는 예전처럼 꿀 먹은 벙어리가 아니었다. AI와 연습한 대로 상대방의 눈을 보고, 경청하고, 꼬리 질문을 던졌다.
지은 씨가 웃으며 말했다. "민석 씨, 카톡이랑 실제랑 좀 다르신 것 같아요. 되게 섬세하시네요." 민석 씨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속으론 쾌재를 불렀다. "사실…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AI한테 좀 배웠어요." 솔직하게 털어놓자 지은 씨가 빵 터졌다. "진짜요? 귀여우시다. 그 노력 점수, 100점 드릴게요."
AI는 사랑을 가르치지 않는다, 표현을 도울 뿐
그날 밤, 민석 씨는 AI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덕분에 오늘 데이트 잘했어." AI가 답했다. "축하합니다. 하지만 기억하세요. 지은 씨가 웃은 건 제가 알려준 멘트 때문이 아니라, 민석 님의 진심과 노력 때문입니다. 이제부터는 AI 끄고 직접 하세요."
민석 씨는 스마트폰을 내려놓는다. 화면 속 대화창에는 지은 씨가 보낸 "오늘 즐거웠어요, 조심히 들어가요 ^^"라는 메시지가 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표현하는 법을 몰라 인연을 놓친다. AI는 서툰 표현을 번역해 주는 통역사다. '당신에게 관심이 있다'는 그 떨리는 진심이 상대방에게 온전히 닿을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 그 다리를 건너가 손을 잡는 건, 결국 사람의 몫이다.
[다음 회 예고] 제15회: 아픈 몸, 병원보다 데이터가 먼저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