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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 ‘경기둔화’ 공식화 속 고물가·무역적자에 환율까지 요동, 대책은 있나

박근종 칼럼 | 기사입력 2023/02/22 [13:35]

[박근종 칼럼] ‘경기둔화’ 공식화 속 고물가·무역적자에 환율까지 요동, 대책은 있나

박근종 칼럼 | 입력 : 2023/02/22 [13:35]

정부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경기 흐름이 둔화했다.”라고 공식 진단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7일 발표한 ‘20232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을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내수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고 수출 부진 및 기업 심리 위축이 지속되는 등 경기 흐름이 둔화하고 있다.”라고 했다. 정부가 경기둔화를 인정한 건 2020년 코로나19 충격 이후 처음이다. 작년 6월부터 사용해온 경기둔화 우려라는 표현에서 우려를 뺀 진단이다. 고물가에다 경기침체가 중첩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침체)’ 문턱에 그만큼 더 바짝 다가섰다는 반갑지 않은 표현으로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그만큼 경기 한파가 혹독하다는 의미가 분명하다.

 

한국 경제의 대부분 경기지표는 이미 경기침체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역성장(전기 대비 -0.4%)을 기록했다. 20202분기(-3.0%) 이후 10분기 만이다. 물가는 올해 들어서도 전년 대비 5% 넘게 천정부지로 고공행진 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1년 전 같은 달보다 5.2% 올랐다. 인플레이션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은 계속해서 뒷걸음치고 있다. 2021년 한국의 엥겔지수는 12.8%였다.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1,900조 원에 육박하는 과도한 가계부채와 금리 인상에 따른 가처분소득 축소로 소비까지 얼어붙고 있다. 막대한 재고가 쌓인 대기업 가동률은 80% 밑으로 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소매 판매의 경우 백화점·할인점 매출액의 감소가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백화점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7% 줄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할인점 매출액도 2.8% 감소했다.

 

대외 변수들 역시 심상찮다. 미국은 예상외의 고용·소비 호조로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조만간 멈출 것이라는 기대가 꺾였다. 달러화는 다시 강세로 돌아섰다. 지난 217일 외환시장에서 1293.9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300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1220일 이후 2개월 만이다. 환율 상승은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 가격을 끌어올려 공공요금을 비롯한 국내 물가를 자극하고, 무역수지를 더 악화시켰다. 지난해 국제 유가는 전년 대비 39% 올랐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128% 올랐다. 석탄 가격은 16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중국의 코로나 봉쇄 해제에 따른 리 오프닝(Re-opening 경제활동 재개) 효과로 수출에 숨통이 트이길 기대하지만, 중국 경제 역시 부동산 경기침체, ·중 갈등 등으로 빠른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전() 산업생산지수(IP)는 전달보다 1.6% 줄어 20204-1.8% 이후 32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이다. 설비투자도 7.1%나 급감하며 3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올해 1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를 지난해 4분기 84.4 대비 2.6포인트 하락한 81.8로 전망했고, 2월에 대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2020881.6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치인 83.1을 기록했다. 이렇듯 우리 경제가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총체적 복합위기)’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여야 정치권은 전략산업 지원 입법을 외면하고 되레 발목만 잡고 있다. 글로벌 경제패권 전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하루빨리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경제 살리기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연구·개발(R & D) 비용과 시간 부담을 어떻게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지 정부와 관계 연구기관, 기업 등이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더 큰 문제는 경기둔화의 구조적 요인이 크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1‘20231월 수출입 동향이란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반도체 업황이 악화하면서 1월 우리나라의 수출이 4627,000만 달러(569,000억 원)20221월보다 16.6%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늘면서 2023년 들어 이달 10일까지 40여 일간 무역적자가 작년 연간적자 4723,000만 달러의 37%1762,200만 달러를 기록했다. 게다가 대중국 수출이 차지한 비중은 19.8%20% 선이 무너졌다. 내수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은 2018년 이후 계속 감소세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의 글로벌 시장 구조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물가 인상을 유발한 강대국들의 충돌과 고유가는 이제는 상수로 변했다. 지금보다 상황이 악화하여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동시에 고착화(固着化)하면 정부도 손쓸 수 없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제는 경기침체와 수출 부진의 반전을 모색할 수 있는 국가 산업·통상 전략을 촘촘히 짜는 게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한국은행은 물가·금융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금리 인상으로 물가를 떨어뜨리고, 1.25%포인트까지 벌어진 한·미 간 금리 격차를 줄여야 한다. 오래 방치하면 순식간에 자본유출과 환율 불안을 자극할 위험이 크다. 자칫 물가도 경기도 다 놓칠 수 있음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 우선 과감한 지원을 통해 수출부터 정상화해야 한다. 이차전지(Battery)·바이오(Bio)·반도체(Chip) 등 이른바 ‘BBC 산업은 물론 해외 건설, 관광·콘텐츠 등 새로운 수출 품목을 발굴하고, 수출시장도 유럽, 중동, 인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으로 수출국 다변화(+N)’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과거의 성장 공식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국가 산업전략에 일대 변화가 필요한 때다.

 

다행히도 기획재정부는 확고한 물가 안정과 민생부담 완화 기조하에 수출·투자 활력 제고에 총력 대응하면서 경제체질 개선 및 대내·외 리스크(Risk)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라고 강조했다. 2011년 방영된 영화 최종병기 활에서 바람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라 했듯이 우리 앞에 발등의 불로 봉착한 경기둔화파도는 뚫고 나가는 게 아니라 타고 넘는 것일 뿐이다. 그래야만 총성 없는 글로벌 경제·기술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다각적·다층적 시장 안전판을 구축해야 하며, 무역적자 축소 차원에서 수출업체 원·부자재 및 물류비 지원, 무역금융 확대, 재정 건전성 복원, 구조 개혁과 규제 완화로 경제의 펀더멘털(Fundamental 기초체력)’을 키우는 데 가용 수단을 모두 집주(集注)하여 총력 대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정부는 고금리 충격에 취약한 서민과 자영업, 영세기업의 고통을 덜어주는 대책도 빈틈없이 마련해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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