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에서 나온 게 귀지가 아니었다니, 이어 캔들링의 진실은?
‘타닥타닥…’. 귓속의 이어 캔들(ear candle)이 타들어 가는 소리를 들으면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자율 감각 쾌락 반응)를 듣는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일부는 이어 캔들 테라피를 받는 ‘이어 캔들링(ear candling)’이 귀지 제거와 함께 혈액순환, 두통, 불면증, 이명, 목 통증 등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인 민간요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이어 캔들링이 건강에 안전하며 해당 질환과 증상들에 효과가 있을까?
난청중점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이에 대한 의학적 연구에 따르면 이어 캔들링은 귀 건강에 해로울 수 있으며 해당 사항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캔들링은 밀랍이나 파라핀에 담가둔 천으로 만들어진 이어 캔들을 귓구멍에 꽂아 넣어 불을 지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약 10~15분간 이어 캔들을 태우고 난 후 캔들을 쪼개면 노랗거나 거뭇한 색의 이물질을 확인할 수 있다. 몇몇은 이 이물질이 귀지와 귓속의 찌꺼기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귓속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이는 이어 캔들이 타고 남은 밀랍이나 파라핀, 혹은 천 조각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들은 이어 캔들의 열이 귓속에 부압을 가해 귀지를 흡입하거나 귀지를 녹이고 부드럽게 하여 귀지를 밖으로 빼낸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어 캔들은 귀지를 흡입할 수 없으며 귀지를 녹일 만큼 귓속을 뜨겁게 데우지 못한다. 1996년 실리(Daniel R. Seely)와 랭맨(Alan W. Langman)의사, 그리고 퀴글리(Suzanne M. Quigley)박사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한 결과 이어 캔들이 귓속에 어떠한 부압을 가하지 못했음을 발견했다. 게다가 캐나다 보건부가 이어 캔들링 시 변화한 귓속 온도를 측정한 결과, 심부체온인 37도보다 훨씬 못 미치는 22도로 측정되어 이어캔들이 귀지를 녹이거나 부드럽게 하지 못함을 확인했다.
이어 캔들의 위험성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아왔다. FDA는 미국으로 유입되는 이어 캔들의 수입을 막고 이를 의료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는 등 이어 캔들링의 위험성에 관해 주장해왔다. 이어 캔들링이 위험한 이유는 이어 캔들 사용 시 발생하는 잔해와 연기가 얼굴과 귀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캔들의 천이 불에 타면 불똥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바람에 쉽게 날리기 때문에 귀나 얼굴에 화상을 입힐 수 있다. 또한 열에 의해 녹아내린 파라핀이나 밀랍이 귓속으로 흘러 들어가면 고막에 구멍이 나는 고막천공이 발생할 수 있다.
김성근 원장은 “고막 천공은 난청을 유발하는데 드물게는 돌이킬 수 없는 영구적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 이어 캔들의 연기 또한 외이도염이나 고막염 등의 피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귀가 심하게 가렵거나 귀에서 진물이 나오거나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이어 캔들이 타고 남은 재가 귓속에 축적되면 귀지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려되는 것은 이어 캔들링으로 인해 고막 천공이나 외이도염, 고막염이 발생하여 이비인후과에 내원하는 환자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어 캔들을 사용한 후 귀가 가렵거나, 소리가 잘 안 들리거나, 귀에서 진물이 나거나, 귀가 아프다면 최대한 빨리 가까운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귀를 점검받아보아야 한다. 김성근이비인후과 김성근 원장은 “만일 고막 천공으로 인해 난청이 지속된다면 보청기 착용이나 고막 성형수술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귀가 아무리 가렵더라도 이어 캔들이나 귀이개, 면봉 등을 귓속에 넣으면 귀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면서 “귀지가 너무 많다면 반드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귀지를 제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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