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안국제공항 사고의 피해를 키운 '콘크리트 둔덕' 설치 규정 위반 확인
국토교통부가 무안국제공항 사고의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장치)와 받침대 역할을 한 둔덕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구조물은 활주로에서 264m 떨어진 곳에 있다. 국토부는 이 구조물이 항공기의 오버런(이·착륙 시 활주로를 벗어나는 상황) 등을 대비해 만들어진 ‘종단안전구역’ 밖에 위치해 있어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설명해 왔다. 종단안전구역 밖에 있는 구조물은 공항 시설물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의 이런 설명은 공항 비행장 시설, 이착륙장 설치 관련 국토부 규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규정에는 ‘정밀접근 활주로의 종단안전구역은 로컬라이저 시설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는 정밀접근 활주로의 경우 로컬라이저도 종단안전구역 내에 포함돼야 한다는 뜻으로, 구역 밖에 있어 문제가 없다는 기존 국토부 설명을 뒤집는 것이다. 정밀접근 활주로는 로컬라이저, 시각 보조 시설 등을 갖춘 활주로를 말하는데, 무안공항은 정밀접근 활주로로 설계됐다.
이 규정은 2022년 시행됐고 무안공항은 2020년 로컬라이저 개량·교체 공사를 시작해 지난해엔 콘크리트 보강 작업까지 했다. 전문가들은 이 공사 기간에 로컬라이저와 둔덕 등을 새 규정에 맞게 교체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항에 있는 시설물은 ‘종단안전구역’ 안에 있느냐 밖에 있느냐에 따라 적용받는 규정이 다르다. 구역 내 시설물은 설치 기준이 굉장히 까다롭지만, 밖에 있으면 사실상 적용받는 기준이 없다. 종단안전구역은 활주로 끝에서 최소 150m는 넘어야 하고, 300m 이상으로 설정하는 게 권고된다. 국토부는 무안공항의 경우 활주로 끝에서부터 259m로 구역이 설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둔덕은 종단안전구역 밖인 264m 지점에 있어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은 ‘정밀접근 활주로의 종단안전구역은 로컬라이저 시설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규정된 국토부 예규·고시와 배치된다. 이 규정들에 따르면 무한공항의 종단안전구역은 로컬라이저와 콘크리트 받침대가 있는 지역까지 포함해야 하므로 현재보다 5m가량 늘어나게 된다.
종단안전구역 안에 있는 시설물은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하며 최소 중량 및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받는다. 자연히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은 위법이 되는 것이다. 김인규 항공대 비행연구원 원장은 “로컬라이저와 받침대를 부서지기 쉽게 만들어야 해당 입법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해당 규정의 전제는 ‘정밀접근 활주로’인데, 무안공항은 사고 당시 연장 공사 등으로 작동을 안하고 있어 ‘비정밀접근 활주로로 바뀌었기 때문에 해당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로컬라이저가 일시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돼, 사고가 난 시점에는 ‘비정밀 활주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해명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정밀접근 활주로냐의 여부에 따라 시설물 설치가 달라지는데, 정밀·비정밀 여부가 바뀌어 시점에 따라 규정이 달리 적용된다는 설명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토부와 항공기상청은 로컬라이저 개량 작업을 시작한 후인 2023년 12월과 작년 6월 공식 문서와 항공 포털 통계 등에서 무안공항 활주로를 ‘정밀접근 활주로’로 분류했다. 항공법 전문인 황호원 항공대 교수는 “무안공항은 설계 당시부터 정밀접근 활주로로 만들어졌다”며 “현재 일부 장비 상태 탓에 잠시 상황이 바뀐 것인데 이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건 과도한 법 해석”이라고 했다.
종단안전구역
항공기가 착륙할 때 활주로를 벗어나더라도 안전하게 멈출 수 있도록 활주로 양쪽에 두는 여유 부지. 국토교통부 규정상 적어도 로컬라이저가 위치한 지점까지는 종단안전구역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 구역 안에는 어떤 장비·시설도 없어야 하지만, 비행기 이착륙에 꼭 필요한 시설물은 예외로 한다. 이때 시설물은 쉽게 부러질 수 있도록 설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