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명 길어지고 털 다시 자라"…회춘 돕는 RNA분자 발견
생쥐에 miR-302b 주입하자 신체 능력과 인지능력 좋아져
늙은 생쥐에게 RNA 분자를 주입하면 노화의 일부 징후가 역전돼 더 오래 살고, 털을 다시 자라게 하며, 신체적․정신적 능력이 유지됐다는 새로운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세포 대사(Cell Metabolism)》에 발표된 중국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 치료법은 노화 과정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세포가 복제 능력을 상실하는 세포 노화 단계를 표적으로 삼아 작동한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가 언젠가 노화 방지 약물 개발로 이어질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사람에게도 적용될지 여부는 추가연구가 필요하다.
나이가 들면 노화된 세포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사이토카인이라는 화학 물질을 방출하게 된다. 이는 질병을 견디고 치유하는 신체의 능력을 감소시키며 암, 심혈관질환, 당뇨병 및 인지 기능 저하와 연관성이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노화 과정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miR-302b라는 분자에 주목했다. 이 분자는 이전에 면역과 암세포 억제에 관여하는 것으로 드러난 유전자 조절에 관여하는 마이크로RNA의 하나다.
마이크로RNA는 20~24개의 핵산으로 구성된 작은 RNA 조각을 말하는데 단백질 암호화와 관련이 없으면서 유전자 발현 조작에 관여하는 유전체를 말한다. DNA가 제품 설계도, RNA가 이 설계도를 실제 생산 라인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면, 마이크로RNA는 이 생산 과정의 품질을 관리하고 조절하는 감독관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학원(CAS) 생물물리학연구소의 생물물리학자 지광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실험실 배양 인간세포를 사용해 인간 배아줄기세포에서 유래한 엑소좀(세포 간 RNA 포장 운반체)이 노화된 세포의 증식 능력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배아줄기세포 유래 엑소좀에는 세포 분열에 관여하는 두 가지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miR-302b이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연구진은 인간 나이로 치면 60~70세에 해당하는 20~25개월 된 살아있는 생쥐를 대상으로 여러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진은 일부 쥐에게는 정상적인 인간 엑소좀을, 일부 쥐에게는 miR-302b가 추가로 탑재된 엑소좀을 주입했다. 대조군 생쥐들에게는 식염수를 주입했다.
식염수 대조군과 비교해 추가적 miR-302b가 주입된 생쥐는 평균적으로 약 4.5개월 더 오래 살았다. 이들 생쥐는 희박해진 털이 다시 자라나고, 더 높은 체중을 유지했으며, 회전하는 막대에서 더 오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고, 체중에 비해 악력이 더 좋아졌다. 이러한 결과는 miR-302b가 주입된 쥐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선됐지만 대조군 생쥐는 감퇴하는 걸로 나타났다.
치료를 받은 쥐의 혈액 내 염증성 단백질 수치도 낮아졌고 미로를 빠져나가는 과제도 빠르게 성공했다. 지 박사는 "이러한 결과는 miR-302b 치료가 생쥐의 수명을 연장할 뿐만 아니라 노화 지표를 줄이면서 신체적, 인지적 기능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것을 종합적으로 입증한다"고 밝혔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UC버클리)의 이리나 콘보이 교수(생명공학)는 "몇 가지 긍정적 신호가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신호도 발견된다"며 miR-302b가 실제로 노화 방지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러한 치료법이 사람들에게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생쥐가 평균적으로 몇 달 더 오래 사는 것이 사람에게는 몇 년에 해당하는데 "그 동안 암에 걸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