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의 세계 - 2025년 01월 24일 (금요일) - 朝刊 20250124
트럼프, 빈살만 왕세자와 통화…“사우디, 美에 860조원 투자하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전화 통화를 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외국 지도자와 첫 통화로 이번 대화는 중동 정세가 복잡한 가운데 이뤄졌다.
사우디 통신사에 따르면 빈살만 왕세자는 이번 통화에서 중동 지역의 평화, 안보, 안정 확립에 대해 대화했고, 테러에 대응하기 위해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 사우디를 첫 해외 방문지로 선택했다. 그는 당시 사우디를 택한 이유는 현지 관리들이 미국에 상당한 투자를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었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번 통화에서 사우디가 향후 4년간 미국에 6000억 달러(약 862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전 중동 담당 백악관 선임고문의 도움으로 빈살만 왕세자와 긴밀한 관계를 구축했다. 두 지도자는 2018년 발생한 사우디 반체제 인사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에 빈살만 왕세자가 관여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유지했다.
사우디 왕자도 틱톡 인수전 참전, 틱톡 몸값 치솟는다
알 왈리드 사우디 왕자도 틱톡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미국의 IT 전문 매체 ‘구루포커스’가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우디 왕자 소유인 킹덤 홀딩스(KHC)는 매물로 나온 틱톡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일론 머스크나 다른 구매자가 움직이면 뛰어들 준비가 돼 있다고 구루포커스는 전했다.
탈랄 이브라힘 알 마이만 KHC 최고경영자(CEO)는 “틱톡 인수에 참여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KHC는 이미 머스크의 X(구 트위터)와 머스크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머스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머스크가 틱톡을 인수하면 지분을 보탤 가능성이 큰 것.
KHC가 틱톡 인수전에 뛰어들면 사우디 국부펀드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구루포커스는 전망했다. 두 회사가 고급 정보를 공유하는 등 협력사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의 매각 기한을 75일 연장함에 따라 현재 틱톡 인수전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일단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그가 중국 지도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중국은 머스크가 인수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머스크가 틱톡을 인수하면 미국 SNS를 평정할 수 있을 전망이다, X에 이어 틱톡까지 손에 놓으면 이제 주요 경쟁업체는 페북뿐이기 때문이다.
이어 등장하고 있는 인물이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다. 오라클은 이미 틱톡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틱톡이 오라클의 서버를 이용하고 있는 것.
특히 오라클은 지난 19일 일시 폐쇄된 틱톡을 복구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오라클은 벌금을 물 수 있음에도 틱톡 복구를 도왔다.
트럼프가 매각 기한을 연장함에 따라 벌금을 물지 않게 됐지만 만약 트럼프의 이같은 조치가 없었으면 벌금을 물어야 했다.
벌금을 물 각오를 하고 틱톡을 도운 것이다. 이에 따라 오라클도 틱톡 인수에 강력한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우디 왕자도 인수에 관심을 표명하고 나선 것.
이에 따라 틱톡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테슬라에 정통한 분석가 댄 아이브스는 틱톡의 인수가가 400억달러~500억달러 사이일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러나 세계적 거부들이 틱톡 인수전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매각가 크게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고 구루포커스는 전망했다.
中누리꾼 “음력설 아닌 중국설”… 美·日디즈니에 댓글 테러
최근 월트디즈니 테마파크 디즈니랜드 공식 SNS 계정에 미국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에서 설날 기념행사를 진행한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는 미키 마우스와 미니 마우스가 한복을 차려 입었고, 화면 상단에는 ‘음력 설’(lunar new year), 우측에는 한글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자가 쓰여 있다.
이를 본 중국 누리꾼들이 “‘음력 설’이 아닌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표기해야 한다”는 댓글을 달며 억지 주장을 펼치기 시작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디즈니랜드 공식 SNS 계정에 올라 온 설날 관련 피드에도 중국 누리꾼들은 ‘중국 설’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며 ‘한국이 훔쳐갔다’는 댓글을 계속해서 달고 있는 상황이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지금까지 서구권 주요 도시의 차이나타운에서는 설을 맞아 큰 행사가 진행돼 왔고, 이 장면이 주요 뉴스에 많이 소개되면서 ‘Chinese New Year’로 인식되어 온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음력 설’은 중국만의 명절이 아닌 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들이 기념하는 명절이기에 ‘Lunar New Year’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며 “이젠 전 세계 곳곳에서 ‘음력 설’ 표기를 많이 쓰고 있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서 교수는 “일부 중국인들의 삐뚤어진 중화사상과 문화 패권주의적 발상이 아시아권의 보편적인 문화를 자기만의 문화인 양 전 세계 곳곳에서 댓글 테러를 펼치는 건 어리석은 짓”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트럼프, 후티 반군 해외테러단체 지정…“미국인 위험 빠뜨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2일(현지 시간) 친(親)이란 예멘 후티 반군(공식명 안사르 알라)를 해외테러단체(FTO)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재임시절에도 임기 마지막 날 후티 반군을 해외테러단체로 지정했다.
예멘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힘들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달여 만에 지정을 취소했는데, 이를 다시 뒤집은 셈이다.
아울러 후티 반군을 지원해온 이란에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은 “전세계 테러 조직을 무장시키고 훈련하는 이란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의 지원을 받아 후티 반군은 2023년부터 수십차례 미 해군 군함에 포격을 가해 제복을 입은 미국인들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후티 반군이 2023년 하마스 기습 이후 이스라엘에 300발 이상의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 상선을 100회 이상 공격해 전세계 물가 상승에 기여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후티 반군의 활동은 중동 지역에 있는 미국 시민과 인력의 안전을 위협하고 역내 가까운 동맹국의 안전, 그리고 세계 해상 무역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행정명령에 따라 국무장관은 30일 이내에 후티 반군의 해외테러단체 지정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고,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스라엘, 가자휴전 후 서안지구 내 하마스 소탕에 나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이 가자 지구에서 19일 낮부터 발효되자 이스라엘이 번개 같이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군사 초점을 옮기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의 은신처이며 신규 조직원을 모병 훈련하는 온상으로 주시해온 서안 북부의 제닌에 21일 대대적인 군사 작전을 폈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 전쟁과 병행해서 진행해왔던 서안 도시 급습의 최신판인 제닌 작전에 대해 ‘테러를 뿌리뽑는 것’이 목적이며 ‘광범위하고 대규모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안 지구 라말라에 소재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건부는 작전 몇 시간 만에 8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에게는 서안 작전이 가자에서 벌어진 최근의 ’놀라운 모습‘으로부터 사람들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노릇을 할 것이라고 타임스는 지적했다.
가자 전쟁이 15개월이 지나며 최소한 팔레스타인 주민 4만 6000명이 목숨을 잃었고 최대 3만 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진 하마스 조직원 중 2만 명 정도가 이스라엘 공격에 죽었다고 이스라엘 군은 말해 왔다. 거기에 정치 최고지도자 이스마엘 하니야와 군사 최고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차례로 폭사 처단했다.
그런데 19일 정오부터 휴전이 발효되기 전부터 가자 곳곳에서 하마스 대원들이 검은 복면을 쓰고 나타나 퍼레이드를 했다. 몇 시간 뒤 이스라엘 인질 여성 3명을 국제적십자 버스로 인계하는 과정이 생중계되었고 거기서 하마스의 존재감이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드러났다.
수천 명의 가자인들이 이스라엘 규탄 구호를 외치며 무슨 일을 낼 것처럼 하마스 버스와 적십자 버스를 에워싸고 가까이 조여드는 모습도 뜻밖이었지만 복면의 하마스 요원들이 이런 무질서 속에서 중심을 잡고 인질을 이동시키는 장면은 더 인상적이었다.
2007년부터 가자를 통치하던 하마스는 15개월 동안 가자 거리에서 사라져 단순한 ’경찰‘ 노룻도 하지 못했다. 그런 하마스가 건재를 강력한 모습으로 과시한 것이다. 이 장면을 보고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하마스가 소탕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가자에서 세력이 크게 약화되었고 라이벌인 팔 자치정부 통치의 서안지구에서 세력 보충을 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자 전쟁 중에도 서안 지구에서 500명이 넘는 팔 인들을 사살했던 이스라엘은 이를 묵과하기 어렵다.
또 서안 지구에서 최근 팔 자치정부의 하마스 견제가 표면화한 가운데 이스라엘 유대인 정착민들의 팔 주민에 대한 폭력행위가 심해졌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20일 팔 주민들에 폭력을 행사한 유대인 정착민 수십 명에게 바이든 정부가 내렸던 제재를 무효화했다.
몇 시간 뒤 유대 극단주의자들이 팔 인 거주지를 급습해 차량과 건물에 불을 질렀다. 그리고 다음날 이스라엘 군의 제닌 공격이 이어졌다.
팔 자치정부를 주도하는 파타당은 수 주 전 제닌에서 하마스 무장세력에 대해 경고성 작전을 펼친 바 있다.
美와 기술전쟁 대비한 中 ‘애국 석학’ 불러들인다
“MIT(매사추세츠공대)로 떠났던 그가 칭화대로 돌아왔다.”
지난 21일 중국 명문 칭화대는 미국에서 15년간 활동했던 세계적 블록체인(정보를 중앙 서버가 아닌 모든 참여자의 네트워크에 분산 공유해 위·변조를 막는 기술) 전문가 첸징이 모교로 돌아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칭화대 컴퓨터 과학·기술학과 교수에 임명된 첸징은 가상 화폐 거래가 금지된 중국(홍콩 제외)에서 보기 드문 블록체인 전문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가상 화폐인 비트코인을 이용해 달러를 지원하고, 이를 전략 자산처럼 축적하겠다는 뜻을 드러내자 중국 정부가 가상 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분야 최고 전문가를 모셔온 것으로 보인다.
첸징은 중국의 전형적인 ‘천재 소녀’ 루트를 밟았다. 2007년 칭화대 컴퓨터공학과 학사·석사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떠나 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지도 교수가 컴퓨터 과학 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 수상자 실비오 미칼리 교수였다. 이후 뉴욕 스토니브룩대 조교수로 재직하며 블록체인의 기술적 한계로 알려진 보안·확장성·분산화의 트릴레마(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최적화할 수 없다는 삼중 딜레마)에 대한 해법을 개발했다. 2016년에는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뛰어난 젊은 과학자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았다. 지도교수였던 미칼리가 설립한 가상 화폐 발행사 알고랜드(Algorand)에서 수석 과학자로 일하며 가상 화폐 거래의 효율성과 보안 수준을 높이는 연구를 주도했다.
첸징은 향후 중국 정부의 비공식 고문을 맡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가상 화폐 전략 대응을 조언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경기 순환 주기의 예측 정확도를 높이는 연구도 선도해 위기에 처한 중국 경제를 관리할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할 수 있다는 기대도 중국 내부에서 나다. 첸징은 칭화대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이제는 내가 배운 것을 돌려줄 때”라면서 “학계와 산업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의 계산 경제학(알고리즘을 이용한 경제 문제 해결 방식 연구)과 블록체인 기술 발전을 선도하겠다”고 했다.
첸징이 중국으로 돌아오는 ‘애국 과학자’ 대열에 합류한 것은 미·중 갈등 여파와 중국의 ‘기술 돌파’ 전략이 맞물린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의 해외 인재 유치 사업인 ‘천인계획’(2008~2018년)과 미국의 중국계 스파이 색출 프로젝트인 ‘차이나 이니셔티브’(2018~2022년)로 인해 미국의 저명한 중국계 과학자들이 고국행을 선택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 경제·기관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을 기반으로 연구 활동을 해온 중국 과학자들의 귀국 비율은 2010년 48%에서 2021년 67%로 늘었고 최근에는 75%로 증가했다.
미국에서 넘어온 중국계 석학들이 중국 기술 발전과 산업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마오쩌둥 전 주석이 ‘제1의 귀빈(貴賓)’이라고 불렀던 1세대 미국 유학파 첸쉐썬은 캘리포니아공대(칼텍)에서 제트추진연구소를 이끌다가 미국 내 반공(反共)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1955년 중국으로 돌아왔다. ‘중국 로켓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그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등 첨단 산업 전반을 지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4년에는 튜링상을 수상한 석학 야오치즈가 미국에서 중국으로 돌아와 칭화대에서 AI(인공지능)연구를 이끌었다. 지금 그의 제자들이 중국 핵심 AI 기업들의 수장이 되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 내 중국계 석학들의 귀국은 최근 가속도가 붙었다. 2020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로 재직하던 AI 석학 주숭춘이 베이징대로 돌아왔다. 그는 ‘베이징 범용AI연구원장’도 맡고 있다. 나노 공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미 조지아공대 종신 석좌교수였던 중국계 과학자 왕중린도 중국 최고 과학기술 연구기관으로 평가되는 중국과학원(CAS) 산하 연구소로 이직했다.
중국계 유명 과학자들이 중국행을 택하는 것은 중국이 이들의 연구를 전폭적으로 뒷받침하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가별·기관별 과학 연구 역량의 대표 지표로 꼽히는 ‘네이처 인덱스’ 순위에서 중국은 지난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특히 하버드대를 제치고 연구 기관 1위를 차지한 중국과학원 대학은 CAS 직속이어서 중국 최고 과학자들과 긴밀하게 협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중국의 첨단 산업 발전은 한국을 비롯한 각국과 달리 기술 연구를 주도하는 석학들이 먼저 움직여서 ‘국가 과제’를 만들고, 기업이 호응하는 구조로 돌아가기 때문에 과학자들의 위상이 유독 높다는 특징이 있다. 중국 기업인들 사이에서 ‘석학 모시기’가 사업의 최우선 과제로 꼽힐 정도다. 베이징의 한 국영 기업 산하 기관의 투자자는 “중국에서 기술 기반 기업이 사업에 성공하려면 유명한 과학자와 손잡아야 한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했다.
수세 몰린 군부 ‘발악적 공습’…미얀마 내전, 끝이 안보인다
2024년 12월3일 이후 한국과 2021년 2월1일 이후 미얀마는 같고 또 달랐다.
총선 부정선거 의혹, 선거관리 당국 중립성에 대한 불신, 반대편의 유력 정치인 구금. 그날 이후 한국인에게 너무도 익숙해진 표현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이유를 들어 민주주의를 공격했다. 지난해 12월3일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선포해 친위 쿠데타를 시도했고,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공격은 신속하고 강력한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좌절됐다. 겹치는 풍경이 미얀마에 있다. 4년 전 미얀마에서도 한국의 내란 우두머리가 내세운 근거와 같은 유사한 이유를 들어 군부 세력이 쿠데타를 일으켰다.
한국과 달리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수장인 미얀마 군부세력의 쿠데타는 성공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77년 전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나고도 군부 독재에 신음하다 잠시 자유를 누렸다. 2011년 테인 세인 과도정부가 들어서고 2015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끈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하면서였다. 그러나 2020년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다시 민족민주동맹이 압승하자, 군부는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한 뒤 다음해 2월 쿠데타를 일으켰다. 소수민족 무장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군부에 저항한 지 4년. 지난해 내내 반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듯 보였던 미얀마 군부였다. 그러나 70년 넘게 권력을 행사해온 군부의 장악력도 만만치 않다. 군부는 무기 등을 보강하면서 반군의 저항을 군사력으로 억누르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어느 한쪽의 힘이 압도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내전은 장기화하고 있다.
반군의 저항에 미얀마 군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령지는 감소하는 중이다. 임시정부인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는 지난 6일 미얀마 군부 점령지는 영토 내 330개 주 가운데 107개, 전체의 32%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반면 반군 조직은 44%인 144개 구역을 완전히 또는 일부 장악했다고 덧붙였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군부와 반군의 전투가 이어지고 있다. 국제단체 ‘무력충돌 장소와 사건 데이터 프로젝트’(ACLED)도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얀마 군부가 통치한 이래 가장 적은 면적의 영토를 점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사적 거점인 미얀마군 사령부 2곳은 반군 손에 잇따라 넘어갔다. 지난해 12월21일 아라칸군(AA)이 라카인주에 있는 미얀마군 서부사령부를 점령했고, 앞서 8월엔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MNDAA)이 미얀마군 북동부사령부를 빼앗았다. 최근 아라칸군이 라카인 대부분을 자신들의 영향 아래 두게 된 것은 미얀마 내전에 있어 의미가 적지 않다. 미얀마군 서부사령부는 라카인, 친 등 구역과 방글라데시, 인도와 맞닿은 국경 일부의 군사 작전을 담당하는 기관이었다. 이 지역에서는 수십억달러 규모의 중국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라카인의 차우퓨항은 천연가스와 석유를 중국으로 이송하는 파이프라인의 시작점이다. 주요 군사 거점에서 반군은 ‘삼형제 동맹’(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타아웅민족해방군·아라칸군 3개 소수민족무장단체가 결성)이 2023년 10월 미얀마 동북부에서 ‘10·27 작전’을 수행하고, 군부에 타격을 입힌 이래 승전보를 거듭 전하고 있다.
그러나 수세에 몰릴수록 군부는 공격의 수위를 높여가는 중이다. 전투기나 드론 등 반군에 견줘 압도적인 공중 전력을 이용한 공습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9일 미얀마 군부가 서부 라카인주의 한 마을을 폭격해 어린이와 여성을 포함한 40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쳤다고 에이피(AP) 통신은 보도했다. 라카인주 람리섬에 있는 이 마을은 지난해 3월부터 소수민족 무장 조직 아라칸군이 장악하고 있던 반군 마을로 알려졌다. 미얀마 현지 언론 이라와디는 아라칸군이 올해 초 미얀마 군부에 “군사적 행동보다는 정치적 수단으로 갈등을 해결할 준비가 되었다”며 휴전 회담을 진행할 뜻이 있다고 성명을 발표한 지 2주일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군부가 공습을 가했다고 전했다. 군사력도 보강하고 있다. 미얀마 관영매체는 지난 6일 미얀마 군부가 러시아산 수호이(Su)-30SME 전투기 2대를 비롯해 전투기 6대 인수를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전투기 외에도 헬리콥터 등을 전력에 추가했다고 알려졌다.
미얀마 시민들이 겪는 위협은 군부의 공습뿐만이 아니다. 경제난, 식량난에도 허덕이고 있다. 세계은행(WB)는 미얀마 빈곤율이 32%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또 지난해 미얀마 경제성장률을 애초 2%에서 지난해 6월 1%로 내렸다가 지난달 다시 -1%로 하향 조정했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는 농산물 생산이 감소하고, 교역까지 줄면서 지난해 미얀마 식료품 물가상승률이 160%에 이른다고 밝혔다. 타이 치앙마이에 거점을 둔 싱크탱크인 아이에스피(ISP)미얀마가 지난달 507명의 미얀마 여성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83%가 최근 체감 물가가 2021년 2월보다 3배 이상 올랐다고 답했다.
미얀마 군부는 시민들이 겪고 있는 공포와 가난은 뒤로한 채 정당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올해 총선을 치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5일엔 선거 분위기를 띄우면서 77주년 독립기념일을 맞아, 구금했던 미얀마 시민들 가운데 5864명을 석방했다. 그러나 이런 제스처는 “정치적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은홍 성공회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군부 자신들은 총선 실시 등 평화적 해법을 제시하지만, 반군이 이에 응하지 않고 계속 폭력적인 방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식으로 이미지 조작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2021년 2월 쿠데타 이래 지난 21일까지 6199명이 군부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고 집계했다.
의구심은 주변국에서도 읽힌다. 지난 18, 19일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뒤 의장국인 말레이시아 모하맛 하산 외교장관은 “우리는 그들(미얀마 군부)에게 지금은 총선이 아닌 휴전이 우선순위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거는 고립된 채 치를 수 없고, 모든 이해관계자가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세안은 2021년 4월 폭력 행위의 즉각 정지 등 5개 항목을 미얀마 군부에 요구했지만 이행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군부와 반군 사이에 중재자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 20일 중국 신화통신은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중국 윈난성 쿤밍에서 이달 중순 미얀마 군부와 민족민주동맹군이 7차 평화회담을 열고 휴전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라와디는 이번 휴전 협정이 수개월에 걸친 중국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중국 입장에선 에너지 운송, 자원 채굴 등 여러 이권이 달려 미얀마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달갑지 않은 터다.
지난 4년 휴전 소식은 종종 들려왔지만 내전 종식을 위한 대화는 물꼬조차 트지 못하고 있다. ‘2008년 헌법’을 지키려는 군부와 이를 폐기 선언하고 군부가 거부하는 ‘연방민주제’에 걸맞은 헌법을 제정하려는 반군부 혁명 진영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미얀마 헌법은 군부의 관리를 정당화하고, 의회 의석 25%와 국방장관, 내무장관, 국경장관을 군부가 직접 지명하도록 한다. 반면 근본적 민주화 진영은 원칙적으로 2008 헌법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는 미얀마의 각 소수민족의 자치권을 동등하게 보장하는 연방민주제를 도입하자고 한다. 이를 두고 군부 반대세력의 입장도 여러 갈래다. 이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목표의 쟁취에 앞서 점진적이면서 현실적인 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얀마 국민통합정부의 한국대표부 자문이기도 한 박은홍 교수는 “연방민주국가를 바로 세우려 하기보다 군사·행정 역량을 갖춘 민족들이 독립적인 자치권을 갖는 공화국을 세우도록 하고, 그걸 기초 삼아 연방제(united states)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