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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칼럼) 자원전쟁 포성 속 핵심 광물 안정적 확보에 국가역량 총력 집주를

박근종 작가 | 기사입력 2023/07/27 [09:37]

(박근종 칼럼) 자원전쟁 포성 속 핵심 광물 안정적 확보에 국가역량 총력 집주를

박근종 작가 | 입력 : 2023/07/27 [09:37]

[박근종작가·칼럼니스트(현,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전, 소방준감, 서울소방제1방면지휘본부장, 종로·송파·관악·성북소방서장)세계 각국이 구리와 리튬 등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자원전쟁’에 뛰어든 가운데 중국 정부가 오는 8월부터 희귀광물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해 수출통제 조치 시행을 예고했다. 미국은 화웨이, SMIC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와 첨단 반도체 및 장비의 수출통제 조치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해 왔고 중국은 이에 맞서 지난 5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구매 중단 조치로 대미국 응전의 첫 포문을 연 뒤 지난 7월 3일 전격적으로 갈륨과 게르마늄을 수출 허가 대상 품목으로 지정하고 8월 1일부터 갈륨 관련 8개 항목과 게르마늄 관련 6개 항목 수출을 위해서는 상무부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미국이 첨단 반도체를 보내지 않으면 중국도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료를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국은 바이든 정부 들어 대중국전략은 이데올로기 가치동맹에서는 봉쇄, 첨단 과학기술에서는 경쟁, 기후 환경문제에서는 협력의 3가지 플랜(Mixed plan)으로 접근해 왔다. 특히 미국이 반도체, AI반도체 규제에 이어, 동맹을 통한 반도체 장비 규제까지 들어가자 중국은 지난 4월 5일 산업기술의 수출규제 품목을 담은 ‘중국 수출규제 제한 기술목록’ 개정안에 고성능 자석을 만드는 데 필요한 네오디뮴, 사마륨 코발트 자석의 ‘제조 기술’을 수출 금지 대상에 추가했다. 그러다 지난 5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에 대한 전략으로 다소 유화적 어감인 디리스킹(De-Risking │ 위험감소)이란 말이 전 세계 외교가에 가장 핫한 유행어로 급부상하면서 갑자기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De-Coupling │ 탈동조화)에서 미국과 중국이 화해 무드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반도체, 바이오, 친환경 기술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중국과의 격차를 벌리려는 미국의 정책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이에 대응해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 역시 첨단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독주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7월 4일 중국의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이 국제 무역의 질서를 위반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심각하게 파괴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중국은 환경을 희생하며 자원을 공급하지 않겠다.”라고 전했다.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과 같은 서방의 대중국 견제에 맞서 자원 무기화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흑연 수출을 금지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흑연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중국은 전 세계 천연흑연의 82%, 천연흑연 정제는 100%를 담당하고 있어 이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사안이다.

 

광물자원 확보를 담당하는 한국광해광업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희소금속에 대한 정부의 비축 목표는 100일분(중희토류, 코발트는 180일분)인데 올 5월 말 희소금속 13종의 평균 비축량은 42.1일분으로 파악됐다. 1일분은 국내 산업계가 하루 동안 쓰는 희소금속의 양을 의미한다. 특히, 13종의 희소금속 가운데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리튬의 비축량은 국내 소요량의 5.8일분에 불과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희소금속은 이차전지의 핵심 원료로 흰색에 석유나 황금에 버금가는 산업적 가치를 지녀 ‘하얀 석유’ 또는‘백색 황금’이라 불리는 리튬인데 전기차 보급 확대와 함께 가치는 계속 치솟고 있다. 2021년 이후 1년 사이에만 국제 리튬 가격은 무려 8배가량 폭등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리튬 수요가 2020년 대비 40배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발트도 12.4일분, 마그네슘도 20.6일분이 고작이다. 무역분쟁이나 군사 갈등 등으로 갑자기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라치면 국내 제조업체들이 정부 비축에 의지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고작 6일∼3주밖에 안 되는 물량이다.

 

게다가 희토류(Rare Earth Elements │ REE) 세계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은 이달 초부터 갈륨·게르마늄 등 반도체용 광물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언제라도 글로벌 자원전쟁이 본격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22년 중국 갈륨 생산품의 주요 수입국은 일본, 독일, 네덜란드이고 게르마늄 생산품의 수입국은 일본, 프랑스, 독일, 미국이었다. 갈륨과 게르마늄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반도체와 태양광 패널 생산 등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중국의 수출 규제로 반도체, 친환경 산업 육성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무엇보다도 희토류(稀土類)는 현대 산업 및 기술 분야에서 중요한 원소로 인식되고 있으며 희귀하고 가치가 있는 특성으로 인해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핵심적인 자원으로 간주하고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부터 레이저, 전투기까지 첨단산업에 폭넓게 사용될 뿐만 아니라 최근 ‘에너지 저장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 ESS)’ 관련 산업이 주목을 받으면서 그 가치가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희토류의 생산은 전 세계적으로 몇 개의 소수 국가에 집중돼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를 중국이 차지했다. 이어 미국 15.4%, 미얀마 9.3%, 호주 7.9% 순이다.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희토류 제련(가공) 제품은 여전히 중국이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70% 이상이다. 문제는 중국이 미국의 수출 제한에 맞서 반도체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데 이어 희토류 수출 제한 카드도 꺼낼 수 있다는 데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세계 주요국들은 에너지와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주요 7개국(G7)은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동남아·중남미·아프리카 등의 광물자원 부국에 대한 공동 투자를 검토하고 수입 비율의 목표를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자원 확보는 경쟁력 제고 및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 현안이 아닐 수 없다. 국내 기업들도 해외에서 광물·원유 등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문제는 희토류, 갈륨 등 희소금속 비축량이 정부가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양의 42%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갈등이 중국의 광물 수출통제로까지 이어지면서 각국의 자원 확보전이 더욱 치열해진 가운데 ‘제2의 요소수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코로나19 3년과 미·중전쟁 5년은 세계 경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만들었다. 코로나19 전에는 기술이 갑(甲)이고 자원이 을(乙)이었지만 미·중이 기술전쟁, 공급망전쟁, 경제안보전쟁으로 전쟁터를 바꾸면서 자원이 갑(甲), 기술이 을(乙)인 시대로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출현했다. 한국은 미·중의 기술전쟁과 자원전쟁에서 깊은 통찰력과 혜안이 필요하다. 한국에게 미·중의 반도체 전쟁은 ‘양날의 검’이다. 자원은 중국에 있고 기술은 미국에 있다. 한국은 어느 한 편에 휩쓸린 ‘정치 외교’가 아니라 양편을 다 아우르는 신중한 ‘실리 외교’ 기반 ‘기술 외교’, ‘자원 외교’를 해야 한다. 한편에 줄서기 ‘단편 외교’는 쉽지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는 ‘양편 외교’는 지혜와 혜안이 필요하다. 어떤 나라도 모든 공급망을 다 가진 나라는 없고 공급망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중국은 미국 등 서방의 반도체 관련 제재를 첨단산업에 쓰이는 원료자원의 무기화로 대응하겠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85%, 매장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희토류 수출 제한 규정을 앞세워 외교의 무기로 이용하면서 미국과 서방의 반도체와 AI 첨단 기술 봉쇄에 자원봉쇄로 맞불 작전을 시작했다. 세계 리튬 매장량 1위 칠레는 올해 4월 리튬 산업의 국유화를 선언하는 한편, 볼리비아·아르헨티나와 ‘리튬 트라이앵글’을 결성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라틴 아메리카의 리튬 삼각지대에 있는 이들 3국은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60%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역시 이차전지에 사용되는 니켈 세계 1위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니켈 원광의 수출을 금지하고, 자국 내에서 제련된 니켈만 해외에 판매한다. 희토류의 일종인 네오디뮴 자석의 세계 시장점유율은 중국이 84%, 일본이 15%, 사마륨 코발트 자석은 중국이 90% 이상, 일본이 10%선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세계 주요국은 정부가 앞장서서 광물자원 확보를 위한 예산을 확충하고 비축할 주요 광물의 수와 양을 늘리면서 ‘자원 무기화’ 확산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에 집중된 광물의 정·제련 가공시설을 미국 안에 구축하기 위해 2026년까지 72억 달러(약 9조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도 올해부터는 20억 유로(약 2조 8,000억 원) 규모의 ‘유럽원자재기금’을 집행해 광물 수급 안정화에 나섰다. 제조업 강국인 일본은 2020년 공급 위기 가능성이 큰 광종으로 34종을 선정하고 광종별로 수급 위험을 정량분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세안 지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광물자원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한국의 희소금속 비축예산은 올해 한국광해광업공단이 희소금속 구매를 위해 받은 정부 출자금은 372억 3,200만 원에 불과하다. 정부의 재정 건전화 기조로 지난해 487억 9,100만 원보다 23.7%나 줄어든 규모다. 비축할 기지마저 부족해 99%가 꽉 찬 상태다. 배터리 강국 한국이지만 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하는 공급구조 때문에 한국의 배터리는 자원전쟁이 벌어지면 기술만 남는 사상누각이 될 위험성이 있다. 이미 니켈 왕국 인도네시아(46%) 리튬 왕국 호주(53%), 희토류 왕국 중국(85%)이 자원을 무기화했기 때문이다. 급해진 우리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자원 확보를 서두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차전지 제조에 필요한 리튬을 확보하기 위해 칠레 기업과 장기 구매 계약을 맺었다. 포스코그룹도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 공장을 짓기로 했다. 자원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민간 기업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부와 공기업, 민간 기업이 ‘원팀(One Team)’을 일궈 해외 자원 개발과 핵심 광물 안정적 확보에 국가역량을 총력 집주(集注)하여 적극적으로 자원 공급 기지를 다변화하고 자원 영토 확장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실행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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