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란 날개를 달고
이규진
분노가 사라진 나의 뜰에
비가 내렸다
비에 젖은 정원사는
언제나 잘 정돈된 잔디처럼
나를 다듬어 주었다
빛을 잃어가던 시심의 등불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더 이상 젖지 않고 살아갈 만큼
성장의 고통을 겪으며
정원을 잊었다 혹은 잃었다
기억에서 사라졌던 정원사는
다시 불러도 찾을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정거장에서 시를 기다리는 그를 보았다
맑은 날인데 젖어있었다
아직도 술병 안에 오두마니
앉아 계세요?
내 방에는 매일 비가 와
아.
술이면 어떻고 비면 어떤가.
맑은 날이라 지워진 줄요
좁은 문을 향해 걸으며
정원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그가 가리키는 곳을 돌아보니
시가 있는 그 곳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마법일까
그를 만났던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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