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수 이규진
이제 술과 당신이
함께 떠올라요
당신은 나의 술
또 나의 시입니다
시 한 잔 합시다
뜰 밖
이규진
시가 문득 머리 위로 떨어져
그것을 주워서 숨도 안 쉬고
써내려가는 것은
언제나 내게는 신비롭고
신기한 뜰을 지나는 일이다
늘 그건 한토막이 머리를 치는 일이고
어떤 때는 놓치고 영원히 잃어버리고 만다
그것이 나와의 대화인지 누군가의 선물인지
요즘은 가끔 상대를 느끼게 되는 때가 있다
수십년 동안 그것을 모른 채 지나쳐 왔는데
아주 간혹 홀린 듯이 몇 편을 끄적였을 뿐
시지프라는 작가를 만나고 쓰기 위해
몸부림을 치면서 비로소 알아채고
우물처럼 쓰면 쓸수록 차오르는 걸 알게됐다
마음을 열자 주변 모두가
수호신이 되어주는 신기한 경험이다
얼마나 주목받고 사랑받고 있었는지 몰라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쳐진 어깨로 걸어온
수십년의 길이 같은 길이었음을. <저작권자 ⓒ 문화매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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