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칼럼] 세계 동물 권리의 날

덕암 김균식 | 기사입력 2020/12/10 [09:25]

[칼럼] 세계 동물 권리의 날

덕암 김균식 | 입력 : 2020/12/10 [09:25]

 

▲ 덕암 김균식 회장     ©

이른 새벽 암닭이 우는소리에 외양간에 잠자던 황소도 마당의 누렁이도 눈비비던 시절이 있었다. 닭장에는 아직 식지 않은 계란이 옹기종기 담겨있고 한쪽 끝을 송곳니로 뚫어 쪽쪽 빨다보면 고소한 노른자의 목넘김은 그 맛이 일품이다

사위가 오는 날은 씨암탉 제삿날이고 배를 갈라 보면 아직 출하 직전의 크고 작은 알들이 줄줄이 달려 있어 아이들 입안에 하나씩 분배가 가능했다. 잡은 닭을 가마솥에 푹 고우면 온 식구가 둘러앉아 다 배를 채울 만큼 양도 넉넉했고 특히  모래주머니의  쫄깃함은 식감을 더했다. 

온 마당과 뒤뜰을 헤집고 다닌 덕에 근육질로 다져진 닭발까지도 간식거리가 됐다. 이뿐인가. 간혹 친척 중 보신을 밝히는 사람이 있으면 키우던 개도 데리고 나가서 목줄만 들고 들어오던 날도 있었다 개는 직감적으로 지 죽는 줄 알면서 뒤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마지막순간까지  꼬리를 흔든다.

이런 과거가 세월이지나 이젠 흔하디 흔한 계란을 마트진열장에서 손쉽게 살 수 있지만 따스함도 고소함도 영양가도 전과 같지 않다. 당연히 양계장에 가둬놓고 사료에 항생제 섞어야 병들지 않으며 밤낮없이 전등을 껐다 켜가며 알을 뽑아대니 그 맛을 다시 볼 수 없을 뿐 더러 별 희귀한 성인병이 생기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후라이드 치킨은 국민간식1번으로 한집건너 치킨집이니 희소가치는 오랜 옛날얘기다. 크기나 육질이나 어디 한군데라도 전과 비교가 될까. 과거의 동물이 한 식구였다면 지금은 고기나 부산물을 얻기 위한 사육일 뿐이지 그 외 어떤 의미도 없다.

인간과 동물의 공통점은 살아 움직인다는 것 외에 먹이사슬의 함수관계가 있다. 필요에 의해서 키우지만 누렁이가 장터의 소장수에게 팔려나가고 텅 빈 외양간은 소 값으로 회복되지 않아 막걸리 몇 사발에 애환을 달래던 것이 우리민족의 심성이었다.

작금의 육류시장을 보면 넘치는 공급에 귀한 줄도 모르지만 기계적 사육으로 인해 티끌만한 정감도 기대하기 어렵다. 입고 있는 모피와 끼고 있는 가죽장갑은 물론, 신고 있는 부츠까지 완성에 앞선 과정을 보면 이렇게까지 해야하나싶다.

인간이 편익을 전제로 추구하는 탐욕의 정당화다. 도축과정이나 분해 유통과정을 제대로 안다면 보다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진대 여러가지로 안타까움이 든다. 오래전 추석명절을 앞두고 물 먹인 소를 잡는다는 제보로 변두리축사로 취재간적이 있었다.

소를 눕혀놓고 고무호수를 목구멍안쪽까지 쑤셔 박아 배를 채우는 잔인한 현장에서 그 얼마 안 되는 무게의 차익을 위한 인간의 잔인함과 욕심이 끝도 없다는 점에 할말을 잃었다. 자칫 필자도 물먹을 뻔했던 아찔한 위기에서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점을 체험한 바 있다.

세상사에는 순리라는 게 있다 지금이야 애완견 전성시대라 개가 웬만한 사람보다 더 대우받는 세상이 됐지만 과유불급이라 했던가. 토종어류는 매운탕이 돼도 수족관의 열대어는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참새나 꿩은 요리재료지만 잉꼬나 앵무새는 특별대우다.다 좋지만 우리 것의 소중함도 알아야하지 않을까.


동물보호의 진정한 노력은 무조건적인 떠받듦이 아니라 적절한 선이 있어야한다. 유해조류, 유해동물 등 공존할 수없는 대상도 있지만 부득불 도축이 필요할 때 덜 고통스럽게 식량화 하는 것도 살아있는 생물에 대한 배려다. 필자도 동물애호가다보니 이래저래 식구가 많은 편이지만 말 못하는 짐승을 학대하는 것만큼 비열하고 악의적인 인간은 없다.

자신보다 약자의 입장에 있고 학대해도 덤비지 못하는 점을 즐기는 가학적 행위는 가해자 당사자의 인격과도 맞물린다. 지상의 모든 동물은 인간의소유물이 아니라 공존의 관계다. 그것이 어떤 용도로 활용되든 고통을 더하는 것은 엄히 다스려야한다.

요즘처럼 조류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 살처분 당하는 가금류들은  왜 죽어야하는지 이유도 모른다. 한번 씩 구제역이나 돼지열병의 폭풍이 휘몰아치면 예방차원에서 살아 있는 동물들을 생매장해야 하는 인간들의 행위에 죽어가는 동물들은 어떤 입장일까.

오늘은 23회를 맞은 세계 동물 권리의 날이다. 사람이야 코로나19의 질병속에 살려고 백신개발이다 뭐다 온통난리지만 동물로 태어난 게 무슨 죄일까. 작년 여름 키우던 하얀 아기토끼의 눈빛이 유난히 생각나는 날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