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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설이 만건혼할제 자연은 인간의 스승

덕암 김균식 | 기사입력 2021/01/07 [09:21]

[칼럼] 백설이 만건혼할제 자연은 인간의 스승

덕암 김균식 | 입력 : 2021/01/07 [09:21]

▲ 덕암 김균식     ©

 

이 몸이 죽어 가서 무엇이 될고 하니 봉래산 제일봉에 낙락장송 되었다가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 하리라 단종 복위 실패로 39세의 젊은 나이에 세조에 의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성삼문의 시조다.

지난 역사의 한 대목이지만 실제 있었던 일이고 당시 충신의 일편단심을 담은 대표적인 대목이다.

오늘날 손바닥 지문이 닳도록 비비다가 어느 날 영어의 몸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안면몰수하며 일신의 안위를 유지하기 바쁜 정치인들에게 충신이란 어떤 마음으로 지도자를 따라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문구다.

누가 권력을 잡든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필자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게 옳다거나 현직 문재인 대통령 또한 퇴임 후 어떤 일이 생길지에 대해 어필 하자는 게 아니다.

더불어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새해 벽두부터 사면 운운했다가 슬그머니 패를 접은 사안에 대해 함구한 두 전직 대통령의 수혜자들이나 대권주자가 해야 할 일은 현직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게 아니냐는 비난도 빗발쳤다.

일축하자면 표심을 잃을만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악역은 피한다는 의미다. 좀 더 나아가 논하자면 의리라고는 파리 거시기만큼도 없을 만큼 이기적인 처사라 할 수 있겠다.

반대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나름 백담사의 목탁소리를 듣긴 했지만 구순이 넘도록 충신들의 가호 속에 여전히 기세가 만세다. 성삼문 같은 충신이 있어서 일까. 역사속의 성삼문이 작금에 와서 여의도 금뺏지 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당정치의 구도 속에 여차하면 낙선의 고배로 낙향하는 보스가 토사구팽 당할 수 있는 분위기. 누가 서울구치소로 가더라도 면회조차 안하고 같이 해먹던 자들이 자신은 무관한 일인 것처럼 모르쇠로 떵떵 거리며 산다면 한국정치사의 비극이 아닐까.

정치권의 안정은 국태민안의 기본이며 공정한 법의 집행은 신뢰와 협력의 동기가 되고 각자 맡은 역할만 잘해도 태평성대는 절로 되는 것이다.

일안하고 놀고 먹는 부류가 호의호식하는 지배구조의 부실이 국민들로 하여금 아무리 노력해도 집한 채 살 수 없고 마음 놓고 출산을 못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엉뚱한 예산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든 쏟아 붓는 것이다.

오래던 허경영씨가 내놓은 공약이 어제 경남 창원 시에서 공식적으로 공개됐다. 결혼만 하면 1억 대출, 한 자녀 출산 시 이자 면제, 두 자녀 출산 시에는 대출원금의 30%를 탕감하는 드림론을 내놓았다.

세금은 걷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치 권력의 돈인 마냥 생색을 내며 쓰는 것은 더 잘못된 일이다. 누가 권력을 잡은 들 어떠랴 백성들은 등 따시고 배부르면 되는 것이다. 억울한 일 없이 일하고 싶은 사람 일하고 일한만큼 대우받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인데 그 쉬운 일이 어찌 이리 어렵고 힘든지 딱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없는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법정해서 걷은 세금으로 다 같이 먹고 살자는데 이리저리 쓸데없이 예산 빼다가 인적도 없는 공항 짓고 통행도 없는 다리 놓고 적자투성이의 국책사업에 돈 처바르고도 잘못했다거나 미안하단 사람은 없다.

하기 사 빼오는 자나 예산 따왔다고 찍는 자나 가가 가다. 오늘처럼 백설이 대지를 덮고 소나무 가지가 축 늘어진 모습을 보면 오래전 연하카드에 손 편지를 쓰던 시절이 떠오르면서 현대판 충신은 어디로 갔을까 아쉬움을 남긴다.

중부지방 최고 10cm를 비롯해 전국에 함박눈이 대지를 덮었다. 제주 산지에는 무려 57년 만에 한파특보가 발효되면서 최고 50cm까지 왔다고 하니 간만에 겨울다운 겨울이다. 강력한 한파는 안 그래도 힘든 서민들의 삶에 피폐함을 더했다.

먹고 살만한 층이야 따스한 아파트 안에서 주문만 하면 되겠지만 눈길에 오토바이는 사고가 충분히 예상되는 일터였다. 일명 라이더들의 종횡무진 다니는 배달 길은 한순간 마비됐다. 배달기사 노동조합 라이더 유니온은 폭설에 배달 일을 시키는 것은 살인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 덕분에 워킹배달의 단가도 올라가고 발품이 바빠졌지만 같은 한파라도 힘든 이들에게는 더 힘에 부치는 날씨다. 북극이 따스해지면서 밀려난 영하 50도의 차가운 공기가 한국 상공으로 오고 있는데 오늘 아침 체감온도는 영하 24도를 웃돈다고 한다.

내일은 더 춥다는 예보에 누군가는 피를 말리는 아픔을 참아내며 이 차가운 날씨에도 꿈을 잃지 않고 동장군과의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도로에는 더딘 제설작업으로 차량들이 거북이마냥 설설 기고 평소 눈길운전에 미숙한 운전자들의 미끄럼질은 곳곳에 렉카 차들의 출동이 대목을 만났다.

눈길이라는 게 한번 미끄러지면 빙판이 형성되어 다음 차량까지 그 피해를 입게 된다. 줄줄이 늘어선 차량들, 일명 폭설 감옥으로 변한 도로는 물론 눈이오든 비가오든 먹고 살아야 하는 서민층들의 살림에는 전혀 도움이 안된다.

필자가 강원도 태백의 눈길을 운전하면서 능숙해진 주행비결은 절대 제동장치를 작동하지 말고 속도를 줄이거나 눈이 녹길 리다리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할 것이다. 취재를 하면서 가장 긴박한 속보가 날씨에 관한 것이었다.

폭설, 폭우, 폭염, 등 당장에 큰일 날 것 같은 상황들이 눈이 녹고 비가 그치고 선선한 저녁이 되면 마치 아무 일 없다는 듯 자연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교훈 중 질병과 재해는 태풍이 거미줄을 쓸어가듯 어쩌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또한 지나가리란 말을 믿으며 제발 아무일 없이 무사히 지나가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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