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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오늘은 참으로 중요한 날이다

덕암 김균식 | 기사입력 2021/05/10 [10:28]

[칼럼] 오늘은 참으로 중요한 날이다

덕암 김균식 | 입력 : 2021/05/10 [10:28]

 

▲ 덕암 김균식 회장     ©

 
필자가 주 5회씩 1년간 약 210건의 칼럼을 쓰는 가운데 간혹 소재에 대해 망설일 때가 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러저러한 연유가 있을 것이고 그 많은 세상 이야기 중 가치도 있어야 하고 적당히 재미도 있어야 독자들이 소중한 시간을 배려해준데 대한 예의가 아닐까.

마음 같아서야 야사와 같은 적나라한 정치꾼들의 뒷이야기와 아슬아슬한 여담까지 술술 쏟아놓고 싶지만 솔직히 뒷감당하기 곤란하다는 게 사실이다.

오늘은 그 어떤 날보다 중요한 날이기에 먼저 필독해 주시기를 정중히 당부드리며 그럴 땐 그럴만한 이유가 있음을 전제한다.

먼저 왜 ‘유권자의 날’이란 소재가 오늘 이야기로 정해졌는지, 그리고 빙빙 돌려 말하겠지만 잘못 선택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 지난 이야기를 어필하고자 한다. 독자분들의 융통성도 다소 필요한 만큼 ‘아’로 말하면 ‘어’로 받아들이는 센스도 필요하다.

자고로 선거란 민주주의 축제로서 사람이 살면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꼭 필요한 절차이자 당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아이러니한 생물이다.

살아서 움직이는 생물, 개표함을 열어보기 전에는 절대 장담할 수 없고 그 전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결과에 승복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 선거다.

물론 선거의 핵심은 유권자이고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모든 과정에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린다.

그러다 보니 선거법 위반 운운하는 것이고 더러는 당선무효형에 처해 아니함만 못한 결과에 직면하기도 한다.

매년 5월 10일은 ‘유권자의 날’인데 최초의 민주적인 선거제도가 도입되었던 1948년 5월 10일의 국회의원 총선거 날을 기념하기 위해 정해진 것이다.

물론 작년과 올해는 코로나19로 다소 축소됐거나 취소되는 경향이 있었지만 어쨌거나 그만큼 중요한 날임은 틀림없다.

제 아무리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세도가도 투표함 앞에서는 움츠려들 수밖에 없고 시쳇말로 아무리 잘나가도 선거 때만은 시장판을 돌아 다니며 표를 구걸할 수밖에 없는 동냥 벼슬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방법인데 후보자 자신의 자질과 철학, 국민을 진심으로 긍휼히 여기는 마음가짐이 중요할진대 막상 판을 벌려보면 선거판을 잘 읽고 표심들을 헷갈리 게 하는 신문·방송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후보가 재선, 3선, 4선을 하게 된다.

여기서 표심이란 유권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인데 어찌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9일자 日 언론보도에 어필된 내용 중 하나가 “인맥 문화 끊지 않으면 한국사회 부정부패 계속 돼”라는 제하의 칼럼이었다.

초법적인 인맥 중시가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적폐이며 인맥 문화를 끊지 않는 한 부정부패는 계속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30년 이상 서울 특파원을 지낸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서울 주재 객원 논설위원이 작성한 칼럼에는 역대 정권이 발목 잡힌 부정부패의 근본 배경은 좌우나 보수·진보를 불문하고 이 초법적인 인맥 중시가 ‘적폐’라고 강조했다.

평소 반일감정이 심했던 필자의 입장에서 들을 때 한국 국민이라는 점이 허를 찔리는 듯했다. 정확한 지적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문재인 정부 들어 체육회가 진통 끝에 통합되었지만 문화예술은 물론 향우회, 동창회, 심지어 산악회까지 죄다 동원되는 인맥작업은 밀어주면 뭔가를 받아내는 거래나 마찬가지다.

후보의 자질은 애당초 관심 밖이다. 내로라 하는 대기업과 중앙 언론의 인맥은 마치 땅속의 감자와 같이 얽히고 설킨 거미줄이나 다름없는 게 현실이다.

처음부터 정해진 대권주자와 온갖 프레임 작업으로 군소후보들은 존재감 자체가 없는 선거, 투표 날을 쉬는 날로 생각하는 국민, 선관위가 제 아무리 엄격히 감시를 해도 날고 기는 선거 전문가들이 달라붙어 판을 짜는 한 선거법을 교묘히 피해가는 재간에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이러니 광복이후 77년이 지나도 요란한 언론의 꽹과리 소리에 멀거니 표가 몰리는 건 여전한 것이다. 그렇다면 잘못 뽑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살펴보자.

가장 먼저 걷은 세금 나눠 쓰기다. 사전에 온갖 도시계획이나 크고 작은 사업을 벌려놓고 적절한 합법을 가장하여 특정 업체에게 몰아주는 방법인데 외관상 적법한 절차를 거쳤으니 제 아무리 대단한 사법기관의 수사력이라도 그 기술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돈 이란 게 퍼주면 누군가는 이득이 생기지만 빙빙 돌아 후보자의 선거자금으로 쓰인다면 그게 돈이 아니라 독이 되는 것이다.

교회 헌금을 빙자해 세탁된 돈, 사찰의 시주를 거쳐 세탁된 종교 세탁기 돈은 물론 난 전시회를 거쳐 수십 만원 짜리 난이 수억 원대에 팔리는가 하면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신축빌딩 고도 제한 풀어주고 몇십억, 하천변에 주차장 허가 내주고 몇십억, 아파트 층수 풀어주고 몇십억, 어려운 후보들이 이렇듯 발목 잡히니 무슨 공명선거가 이뤄지며 당선되고 나서 본전 생각이 나지 않을까.

어느 투자자가 정치철학 좋다고 대가 없이 자금을 댈 것이며 어쩌다 당선무효형의 재판에 국내 굴지의 로펌을 상대로 수십 억대의 막대한 변호사비를 댈 것인가.

‘권불십년’이라 했다. 부정으로 얼룩진 정치인들의 첫 출발에는 무식한 유권자가 그 원인이며 어용 시민단체가 두 번째 원인이고, 그런걸 알기에 해 먹으려는 정치꾼들이 최종 공범이다.

이런 판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돈뿐인가. 보은인사로 인한 폐단은 이제 눈치조차 보지 않고 막 나가는 형국이다.

안산시 성포동 노적봉 폭포 앞에 허옇게 서있던 공룡알이 어느 날 사라졌다.

대우건설이 안산의 아파트시장을 석권하고 난 대가로 준비한 수십 억원의 도서관 건립비용은 그렇게 사라졌고 그러한 일들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그 피해자는 지금 세대가 아니라 후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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